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5개월이 됐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1일 신규 확진자 수는 48명을 기록해 전날(67명)과 합쳐 주말 동안 100명을 넘어섰다.
그간 감염 추이를 보면 재확산의 기점은 뚜렷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로 전환한 5월 6일 이후다. 사회적 거리 두기 마지막 주간(4월 29일∼5월 5일) 7.4명이던 전국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한 달 뒤인 이달 첫째 주엔 44명으로 급증했다. 서울 이태원 클럽, 경기 부천 쿠팡 물류센터 등 수도권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방역 당국은 5월 28일부터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달 7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연달아 50명을 넘어섰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으로 일주일이 중대 고비”라고 밝혔다. 방역 태세 전환 검토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일주일 뒤에도 정부는 현상 유지를 택했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고, 해외발 재유행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면서 제시한 기준 중 하나인 ‘감염경로 미확인 사례 5% 이내’ 역시 깨진 지 오래다.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방역당국에 신고된 확진자 654명 중 10.6%인 69명이 ‘깜깜이 환자’다.
생활 방역 전환 이후 47일이 흘렀다. 그간 방역 당국은 “위험도가 커지고 있다”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유행 가능성이 크다”는 상황 설명만 되풀이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전환을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의 의견에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답만 내놓았다. 20일엔 방역당국이 “확산기”라고 선언하면서도, 대책엔 큰 변화가 없다.
물론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방역 강화만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보는지, 그렇지 않다면 원인과 대책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는지 면밀하게 진단해 설명을 해야 한다. 나아가 방역 목표는 무엇인지, 단계별로 어떤 대응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제시해 거듭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흐리멍덩한 대책으로는 명민하고 빠르게 퍼지는 바이러스를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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