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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車업계, 코로나 기회 삼아 혁신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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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車업계, 코로나 기회 삼아 혁신 성공할까

입력
2020.06.22 04:30
수정
2020.06.22 06: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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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겪은 GM, 체질 개선해 흑자 전환 이뤄내
위기감 팽배해도 대응 각각, 추락이냐 도약이냐 갈림길


쌍용자동차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1,800억원에 매각한 서울 구로동 서비스센터. 쌍용차 제공

쌍용자동차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1,800억원에 매각한 서울 구로동 서비스센터. 쌍용차 제공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2007년 387억달러의 손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부에 긴급자금을 요청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4억달러를 지원하며 GM 살리기에 나섰지만, 이듬해에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GM은 2009년 파산을 선언했다. 강성 노조가 바탕이 된 고비용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대형 내연기관차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 결과다. 

GM은 그 이후 과감하게 자산을 처분하고, 허머ㆍ폰티악ㆍ사브ㆍ오펠 등 주요 자사 브랜드를 매각 또는 폐지했다. 또 47개 미국 공장을 30여개로 줄였고, 근로자 2만여명을 감원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동시에 기술력을 끌어 올려 결국 2010년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체질 개선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과거 경쟁력을 잃었던 GM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대대적인 수술대에 올라 재기에 성공한 것처럼,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코로나19발 격랑 속에서 자생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계 생산량은 2011년 465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8년 연속 감소세에 있다. 지난해에는 400만대 선까지 무너져 395만대 생산에 그쳤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수요 감소에 이르자, 질보다 양적 성장에만 치중했던 국내 업체들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생산 중단과 수출 급감 등으로 유동성 위기가 나타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업체가 속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향상이 부족했던 쌍용차는 13분기 연속 적자를 보며 시장의 외면을 받는 상태였고, 부품업계는 대량생산에 의존한 저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보니 코로나19 위기에 6개월도 못 버티고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이 둔화했던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미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선에 들어갔다.  금융위기를 지나며 “'구GM'에서 '신GM'으로 재탄생했다”고 평가 받는 GM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혁신에 나선 것이다.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가 공장 6곳 폐쇄 등으로 약 20%의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이며, 일본 닛산차는 16년만의 한국 시장 철수와 스페인ㆍ인도네시아 공장 폐쇄, 미국 공장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 BMW는 희망퇴직을, 독일 부품업체 ZF는 5년간 최대 1만5,000명 감원을, 영국 맥라렌은 1,200명 감원을 각각 계획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이렇게 확보한 유동성을 친환경차 등 미래차 전환에 투입하며 선제적인 시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도 위기감은 팽배하지만 여전히 변화에는 소극적이다. 쌍용차 외에도 르노삼성차, 한국GM 등 외국자본이 대주주인 다른 업체들도 급여삭감, 자산매각 등으로 위기 모면에는 나섰지만, 여전히 본사에 기대며 뚜렷한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라인업을 늘리고, 수소차 경쟁력 확충에, 국내 배터리 3사와 전례 없는 동맹까지 추진하며 고수익 친환경차 제조업체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과감하고 선제적인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가 국내 생산인력이 2025년까지 매년 2,000여명 이상 정년퇴직 등으로 자연감소할 것에 대비해 생산성을 높일 조건까지 마련 중인 것과 대조적으로, 다른 업체들은 아직도 노조가 임금인상 카드를 꺼내 들며 본사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번 코로나19 격변기 때 얼마나 혁신을 거치느냐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도약 또는 추락하는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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