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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앤 모로 린드버그와 린드버그법

입력
2020.06.22 04:40
수정
2020.06.22 05:31
26면
0 0

Anne Morrow Lindbergh(6.22)

 

앤 모로 린드버그(오른쪽) 는? 선구적? 여성 파일럿이고? 빼어난 작가였지만,? 남편의 명성과 부부의 비극에 가려 덜 알려졌다.? 위키피디아

앤 모로 린드버그(오른쪽) 는? 선구적? 여성 파일럿이고? 빼어난 작가였지만,? 남편의 명성과 부부의 비극에 가려 덜 알려졌다.? 위키피디아

1927년 미국 롱아일랜드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대서양 논스톱 단독 비행에 최초로 성공한 미국 비행사 겸 작가 찰스 린드버그(1902~1974)는 전간기 세계가 알던 명사였고, 그 탓에, 아내 앤 모로 린드버그(Anne Morrow Lindbergh, 1906,6.22~2001.2.7)의 삶은 덜 주목받았다.  

외교관의 딸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앤 모로는 스미스대 재학 중이던 1927년 찰스와 만나 1929년 결혼했다. 이듬해 여성 최초로 솔로 비행에 성공했고, 한 해 뒤 역시 최초로 여성 글라이드 파일럿 자격증을 획득했다. 부부는 아프리카에서 남미로,  북극 항로를 넘어 아시아와 유럽으로, 번갈아 비행기를 몰며 화려한 신혼 생활을 누렸다. 동시대인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그들이 누빈 공간은 안드로메다만큼 아득한, SF적 공간이었다. 

1932년 3월, 비극이 시작됐다. 생후 20개월 된 장남 린드버그 주니어가  뉴저지주 하이필드 자택 2층 침실에서 사라졌다.  창문은 열려 있었고, 난간에는 사다리가 놓여 있었다. 경찰은 지문도 발자국도 찾지 못했다.  뉴욕 번호판을 단 미심쩍은 차량이 집 주변을 배회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을 뿐이었다. 얼마 뒤 5만달러의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편지가 날아왔지만, 거기에도 지문이나 단서는 없었다. 아이는 두 달여 뒤 숨진 채  발견됐고, 유괴범은 1934년 9월 뉴욕에서 체포됐다. 독일계 미국인 목수였던 범인(Bruno Richard Hauptmann)은 사형 선고를 받고 1936년 처형됐다.

린드버그 납치 사건은, 부모의 명성 때문에  세기의 사건으로 주목받았고, 부부는 온갖 추측성 보도로 곤욕을 치르다 도망치듯 유럽으로 이주했다.  미 의회는 1932년 유괴를 연방범죄로 규정,  FBI가 관할토록 하는 ‘연방납치법(일명 린드버그법)’을 제정했다. 

 앤 모로는 탁월한 작가였다. 2차대전 전 나치와 파시즘을 옹호하는 일련의 책으로 호된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전쟁 발발과 진주만 공습 이후 자신의 그릇된 판단을 반성하며 나치를 비판하는 글들을 잇달아 썼다.  사회가 저평가하는 여성 가사노동의 문제와 여성 지위 향상을 촉구하는 여러 편의 글들도 가히 선구적이었다.  앤 모로는 20여권의 시와 논픽션, 회고록을  펴냈고, 1955년 논픽션 ‘바다의 선물(Gift from the Sea)’은 80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47주 1위)에 꼽히기도 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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