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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 냉각기에 해야 할 일들

입력
2020.06.21 18:00
수정
2020.06.22 17: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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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진
황상진논설실장

美 대선 때까지 남북 강 대 강 대치 전망
北도발, 북미협상에 남북관계 종속 확인
안보진용, 대북전략 점검ㆍ정비 집중을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내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왼쪽)와 부서진 개성공단지원센터(오른쪽). 연합뉴스?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내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왼쪽)와 부서진 개성공단지원센터(오른쪽).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ㆍ16 도발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딱 두 가지다. 경제 어렵다, 우리도 살아야겠다, 제재 완화해라, 그게 하나다. 체제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라, 그게 둘이다. 해결의 열쇠를 쥔 미국을 향한 메시지이고, 우리에겐 미국을 설득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일련의 도발과 언사는 너무 거칠다. 이 난폭함의 노림수는 김정은의 상처난 자존심의 회복과 북미 협상의 리셋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해 성의를 보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탁해 싱가포르 회담을 성사시켜 북미 합의문도 만들었는데, 3일 밤낮을 달려 도착한 하노이에서 ‘노딜’ 수모만 겪었다.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도 연출했지만 손에 쥔 건 아무 것도 없다.  

경제 건설을 기치로 삼아 공언한 “쌀밥에 고깃국” 약속이 허언이 될 때쯤 코로나19 사태를 만났다. 북한 경제의 젖줄인 중국과의 무역이 제로 상태다. 파탄 지경이다. 인민들 볼 낯이 없다. 해결책은 내부 문제의 책임을 외부, 즉 한미로 돌리기. 북미ㆍ남북 협상을 원점으로 돌리고, 북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한 수다. 11월 미국 대선 이후까지를 내다보는 것이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의 충격파가 잦아들수록 흐름은 분명해질 것이다. 군사적 긴장 고조는 예정된 수순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구에 군 부대가 주둔하면 한반도는 2017년이 아닌, 개성공단 개발이 시작된 2000년 이전 상태로 회귀하게 된다.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정도는 아니어도 저강도 도발은 예상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지는 어디인가. 6ㆍ15 선언 이후 20년간의 한반도 평화 노력을 포기할 텐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할 텐가. 그럴 순 없다. 어차피 북한이 시선은 우리에게 두되 손가락은 미국을 가리키는 이상 11월 미 대선까지 남북 간 냉각기는 불가피하다. 그 기간 동안 우리는 대북 전략 점검ㆍ정비에 집중해야 한다. 

북한의 6ㆍ16 도발은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에 종속돼 있음을 새삼 일깨웠다. 우리는 남북 관계의 진전을 통해 북미 협상을 견인하려 했지만 북한은 우리를 북미 협상판의 사석(捨石) 정도로 취급했음을 이번 사태는 보여 줬다. 미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이 큰 난관이라 해도, 그럴수록 대북 전략에서 한미 간 소통과 조율, 공조가 긴밀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대북 제재 일부 완화를 위한 대미 설득은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11월까지의 냉각기 동안 다양한 남북 협력사업들이 제재 조항의 적극적 해석을 통해 추진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해 밑밥을 깔아놓는 것이 긴요하다. 그래야 타미플루 같은 인도적 물자의 지원조차 가로막히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이는 한미워킹그룹의 역할과 운영 방향에 대한 재점검ㆍ재정립과도 연결되는 사안이다. 

미 대선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 민주당 바이든 정권 탄생 어느 쪽으로 귀결되든 상황별ㆍ시나리오별 대북 접근법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폭로대로 즉흥적이고 과시적인 트럼프 대통령식 ‘톱 다운’ 행보가 계속될지, 바이든 후보의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바텀 업’ 스타일로 바뀔지에 따라 북의 대미ㆍ대남 전략도, 남북관계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 6ㆍ16 도발은 대북 접근법이 인적ㆍ물적 지원과 교류 확대 등 평화적 해법, 제재와 압박 중심의 강경 해법 어느 쪽으로 경도돼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줬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유화적 전술과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는 압박 전술이 상황에 따라 적절한 형태로 구사돼야 한다. 최악의 상황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문제 의식을 갖는다면 외교안보 진용을 비둘기파 또는 매파 일색으로 구성하는 것은 위험하다.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나 그 입장이 정해지기까지 과정에는 반드시 ‘레드팀’ 역할과 의견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 모든 게 갖춰져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냉철한 판단과 결정이다.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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