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중단, 검색 강화, 유언비어에 불안감 고조
시 경계 벗어나면 역으로 격리돼야 하는 처지
“내일부터 등교를 전면 중단합니다.”
16일 밤 11시40분쯤. 잠자리에 들려는데 휴대폰 문자 수신음이 잇따라 울렸다. 초등학생 5학년 둘째가 다니는 중국학교에서 보낸 ‘긴급 공지’였다. 베이징시 교육위원회는 “나와 타인의 안전을 위해 가급적 집밖으로 나가지 말아달라”며 초ㆍ중ㆍ고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도매시장에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닷새 만에 100명을 웃돌자 시 당국은 이날 이례적으로 방역 브리핑을 하루 3차례 열었다. 한밤중에 다급히 공지한 것을 보니 아마도 막 최종 결정이 내려진 듯했다. 아이는 넉 달 동안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시력이 급속히 나빠져 난생 처음 안경을 썼는데, 등교한지 고작 일주일 만에 다시 방에 틀어박혀 하루 6시간 넘게 모니터화면을 응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두 시간 뒤, 첫째가 다니는 한국학교에서도 같은 내용의 문자가 왔다. 코로나19에 일격을 당한 중국 수도의 ‘방역 2라운드’는 그렇게 시작됐다.
베이징은 앞서 6일부터 위험등급을 최저수준으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병원처럼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장소가 아니면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독려했다. 행인 절반 정도는 맨 얼굴로 거리를 활보했다. 마스크를 내던진 채 보도블록 나무그늘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낮잠을 자는 중년 남성들이 곳곳에서 눈에 띌 정도로 주민들은 이제 막 해방감을 만끽하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아파트 입구에는 빨간색 완장을 두른 주민 대표가 다시 등장했다. 본체만체 하던 경비원은 매서운 눈초리로 출입증을 꼼꼼히 검사했다. 주말에 아이들과 이발하러 갔더니 평소 북적이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직원들만 서성여 머쓱할 정도였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바이러스 유입 위험을 들먹이며 경계하던 주민들은 “이제 우리도 베이징을 떠나면 격리되는 것이 맞느냐”고 물어보며 뒤바뀐 처지를 실감했다.
올해 초 코로나19 폭발 당시 기승을 부렸던 유언비어도 고개를 들었다. “수입 연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신파디시장 인근 수만 명이 시 외곽으로 이송돼 갇혀있다”, “25일 단오절 전후로 코로나19 ‘2차 유행’이 닥친다” 등 꼬리를 무는 소문이 민심을 자극했다.졸지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연어’는 15일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취를 감추더니 하루 만에 보란 듯 다시 등장해 검색화면을 메웠다. 제2의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6월 18일 쇼핑 페스티벌을 앞두고 행여나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휴대폰에 차곡차곡 쌓인 시 당국의 안내 메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농산물 공급이 충분하니 가격 폭등은 염려 마세요.” 그 사이 베이징의 코로나19 감염자는 200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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