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발두통' 환자 35%가 극심한 불안ㆍ우울증

하루 몇 차례씩 한쪽 눈 주변이나 머리 옆쪽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군발두통이 생기면 불안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군발(群發ㆍcluster)두통은 하루에 몇 차례씩 한쪽 눈 주변이나 머리 옆쪽 부위의 극심한 통증과 함께 눈물ㆍ콧물ㆍ코막힘ㆍ결막 충혈 등이 나타난다. 군발두통 환자 가운데 35%가량이 심각한 불안과 우울증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와 손종희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2016년 9월~2018년 12월 16개 병원의 군발두통 환자 222명과 군발두통이 없는 대조군 99명을 비교ㆍ조사한 결과에서다.
국제학술지 ‘두통과 통증(The Journal of Headache and Pain)’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군발두통 환자 가운데 38.2%는 중증 불안을, 34.6%는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특히 군발두통 환자는 군발두통이 없는 사람에 비해 중증 불안ㆍ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각각 7배와 5배 높았다. 편두통을 동반한 군발두통은 그 위험이 각각 33배와 17배까지 올라갔다.
다만 군발두통의 발작이 지속하는 군발기가 끝나고 증상이 완화하는 관해기(寬解期)에는 불안ㆍ우울증 수준이 개선됐다. 극심한 통증 여부가 불안과 우울 증세 발현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손 교수는 “군발두통으로 인한 수면 장애뿐만 아니라 직장생활과 같은 일상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며 “반면 관해기에는 뇌의 기능적 변화와 함께 통증이 개선되면서 불안과 우울을 해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긴장형 두통과 편두통은 몇 시간에서 며칠까지 증상이 이어지는 반면 군발두통은 한 번 시작되면 10분 정도 통증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평균 1∼2시간, 최대 3시간은 돼야 잦아든다. 편두통과 긴장형 두통은 머리 양쪽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도 군발두통과 차이다.
조 교수는 “군발두통은 1∼3개월에 걸쳐 매일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수개월에서 수년간 증상이 전혀 없어 진단이 늦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때가 많다”고 했다.
군발두통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국내 환자들에겐 치료법의 선택 폭이 넓지 않다. 미국의 경우 주사 약물이나 코 흡입제, 신경자극기 등 두통 완화에 효과적인 다양한 치료법이 허가돼 활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렇지 못하다.
군발두통은 짧고 심한 통증이 특징이므로 빠른 효과를 보이는 치료를 해야 한다. ‘산소 흡입 치료’가 급성기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이 치료법은 두통 시작부터 고농도(100%) 산소를 분당 6∼12L씩 15분간 흡입하는 방식이다. 효과가 부족하면 분당 15L로 흡입량을 늘릴 수 있다.
조 교수는 “군발두통은 100%의 고농도 산소를 15분간 흡입하면 개선될 수 있다”며 “재택 산소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산소치료 처방전 개정 등 군발두통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통은 전 국민의 90%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겪는다. 두개골 내ㆍ외부 구조물이 어떤 원인에 의해 압력ㆍ견인ㆍ변형되거나 염증에 의해 자극을 받을 때 흔히 생기고, 예민한 혈관이 확장될 때 나타나기도 한다. 여자의 66%, 남자의 57%에서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두통은 특정 원인 없이 증상에 기초해 진단하는 ‘일차성 두통’과 특정 원인 질환에서 기인한 ‘이차성 두통’으로 크게 나눈다. 환자 분포가 광범위한 일차성 두통은 정밀 검사로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할 때다. 긴장형 두통ㆍ편두통ㆍ군발두통 등이 포함된다. 이차성 두통은 기질적인 뇌질환뿐만 아니라 여러 급ㆍ만성질환이나 약물ㆍ알코올 등에 의한 경우도 포함한다.
긴장형 두통은 가장 흔한 두통으로 명확히 밝혀진 원인은 없지만 스트레스ㆍ과로ㆍ피로ㆍ심리적 문제 등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두통은 중추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보통 머리에서 맥박이 뛰는 것처럼 쿵쿵 울리듯 아프고 속이 메스꺼운 위장 증상을 동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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