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남 해남지역에서 75회에 이르는 연쇄지진이 발생하였다.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규모가 대부분 2.0 이하이고, 그 나머지조차 최대인 3.1을 제외하면 모두 2.5가 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지진들이다. 대부분 사람이 느끼기는 어렵고 감도가 높은 지진계에서만 감지된 것들이다. 이들 연쇄지진이 방출한 에너지를 모두 합하여 다시 규모로 환산하면 규모 3.2 정도이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수의 지진이 발생한 반면, 그 크기는 연쇄지진 가운데 최대였던 규모 3.1 지진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진이 발생한 공간적인 범위로 추정할 수 있는 단층 파열 범위 역시 500m를 넘지 않은 정도여서 이러한 지진 규모를 뒷받침한다.
지진 발생 횟수가 많다는 것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 그렇지 않다. 2013년 보령 해역, 2019년 백령도 등에서 발생한 연쇄지진이 가까운 예이다. 좀 더 오래 전 조선왕조실록에도 특별한 피해를 기록하고 있지 않은 반면, 며칠 동안 지진이 그치지 않았다는 기록도 등장한다. 역사기록은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지진 사건을 기록한 것이므로, 분명 최근의 연쇄지진보다는 큰 지진들이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최근 이런 연쇄지진 활동이 더 자주 관측되는 것은 고감도 지진계의 발달과 관측망의 확충과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현미경이 발달과 보급으로 전에 볼 수 없었던 작은 미생물들을 더 많이 관찰할 수 있게 된 것과 같다. 그 미생물들이 전에 없던 것이 아니다. 지진 역시 예나 지금이나 늘 발생해 온 것이고, 역사지진을 보면 시기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도 뚜렷하다. 거의 일정하게 아주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작용하는 힘을 받아 암석에 변형이 누적되어 한계에 다다르는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다르다. 다만 우리가 그 시점이 얼마나 길게 또는 자주 반복되는지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진관측을 잘 할 수 있게 되어서 전에 알지 못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칭찬할 일이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모든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큰일을 걱정하는 것을 기우라고 한다. 단지 지진 발생 횟수가 많다고 훗날 큰일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은 별 도움될 것이 없다.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여 식음을 전폐하는 것을 누구도 현명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갖추게 된 지진조기경보시스템, 지진재난 대응 체계 등과 같은 시스템의 역량을 믿고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려가 현실이 될 것 같다면 대비를 해야 하고, 기우라면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하여야 한다. 해남 연쇄지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서든 유사한 일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지진활동이 왜 발생하는지, 이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기 위한 정밀한 관측과 정확한 분석에 더욱 집중하라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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