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적 대화, 소통 지속’ 강조하며 정상화 의지
美, 위구르인권법 中 자극… ‘핵심이익’ 대립 각
“상대가 먼저 회동 요청”... 양국 언론 상반 주장
?대북특별대표 비건 배석… 한반도 정세 논의한 듯
파국은 피했고 대화의 끈도 이어갔다. 하지만 각자 할 말을 앞세우는 그쳤다. 공개할 만한 구체적인 성과도 없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18일 하와이에서 7시간 동안 만났다. 양국 고위급 회동으로는 지난 1월 1단계 무역합의 이후 5개월만이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홍콩 사태, 무역 갈등, 군축 협상 등이 난마처럼 얽히면서 미중관계는 “이 시대의 근본적인 문제”(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이자 신(新)냉전의 도래로 평가될 만큼 역대 최악의 대결로 치닫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회동을 ‘건설적 대화’로 규정하며 “공동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또 “양국 정상 간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면서 향후 소통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를 끊겠다”고까지 했지만 양국 모두 추가적인 상황 악화에 부담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만하다.
그러나 공감대는 거기까지였다. 양 정치국원은 “힘을 합하면 이익이지만 싸우면 모두 다칠 것”이라며 “중국은 주권과 안보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만ㆍ홍콩ㆍ신장위구르 문제를 “엄연한 내정”이라고 못박은 뒤 “미국은 모든 간섭을 중단하고 협력과 안정 기조로 되돌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미국은 회동 와중에도 중국을 자극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과 홍콩보안법 철회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중국 당국자를 제재하는 내용의 위구르인권법에 서명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코로나19 관련 정보의 완전하고 투명한 공유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기싸움은 회담장 밖에서도 벌어졌다. 미국 언론이 “중국의 요청으로 외교수장들이 만났다”고 전하자, 중국 매체들은 “다급한 미국이 먼저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미중 간에 신뢰가 전혀 없다”면서 “상상 이상으로 관계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중국 신경보는 “4월 무역량이 전달 대비 43% 늘어 중국은 다시 미국 제1의 무역파트너로 떠올랐다”고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때맞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찾았다. 이 본부장은 이번 회동에 배석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중 간 ‘하와이 회동’에서 한반도 정세가 비중 있게 다뤄졌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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