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인기 있는 유튜브 동영상은 가수 비의 ‘깡’이다. ‘1일 몇 깡’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는데 하루에 몇 번이나 이 동영상을 보는가를 뜻한다. 이 정도면 세계적 유행이 될 법도 하지만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주로 우리말 댓글의 ‘말맛’에 이끌려 이 동영상을 보는 사람이 많은지라 외국인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영어 가사 ‘헌드레드 달러 빌즈’가 ‘한국 다람쥐’로 들리는 것도, 가사에서 웃음의 지점을 발견하는 것도 우리말이 능숙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깡’ 열풍이 부는 동안 한 편의 영화가 조용히 등장했었다. 17년 동안 자신이 한국인이라 생각했던(그러나 법적으로는 불법체류자였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안녕, 미누’다. 영화에서 미누가 부르는 ‘목포의 눈물’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눈시울을 붉힐 만큼 감동적인데 웬만한 한국인도 담아내기 힘든 정서가 배었기 때문이다. 신명이나 한 같은 우리 고유의 정서는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지언정 설명하긴 힘들다. 각 나라의 정서가 잘 드러나는 노래를 잘 모방해 불러도 정서의 깊이에서 자국어 가수를 능가하긴 어렵다. 노래를 ‘구성지게’ 부른다는 것은 창법을 뛰어넘어 노랫말에 담긴 정서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깡’은 외래 언어문화 수용의 실패가 역설적인 성공을 이룬 경우이고 미누의 ‘목포의 눈물’은 외국인이 우리 언어문화의 수용에 성공했으나 삶에서나 영화로나 인정받지 못한 경우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늘까지의 결과일 뿐이다. ‘깡’이 처음엔 대중에게 외면되다가 재조명되듯이 미누의 눈물도 그리 될 것이다. 각 언어문화의 이해를 통해 이어지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아름다우며,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 그 가치가 발견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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