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 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김 장관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국민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다”며 “남북 관계 악화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년여 지속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과거 대결 국면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에서 “분위기 쇄신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취임한 김 장관이 남북 관계의 활로를 열기에는 북미 관계가 큰 제약이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때문에 김 장관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남북 관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1년 2개월 동안 북한 당국자와 얼굴 한 번 마주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대북전단 살포와 남북 정상 간 합의 미이행을 이유로 들어 북한이 남북 대결로 회귀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당면한 남북 관계 악화의 잘못을 통일부 장관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이라도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난해 말부터 강조해왔다. 한미 워킹그룹이 우리가 추진하는 대북 정책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그 사이 외교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청와대 안보라인이 그런 돌파구를 제시하고 관련 부처가 그 길로 나아갈 힘을 실어주었는지 궁금하다.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도발만 해도 이달 초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발표 이후 이를 수습하기 위해 적절한 판단 아래 속도감 있게 움직였는지 의문이다. 북한이 남북 합의 미이행의 책임자로 거듭 비난해온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을 특사로 보내려다 무산된 과정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이 막무가내여서 당장 관계 회복은 어렵다 해도 북한의 근본적 불만인 남북 합의 미이행 문제 해결을 위해 가능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미국이 걸림돌이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마땅하다. 남북 관계를 원점에서 다시 복원하려는 각오라면 외교안보라인 분위기 쇄신이 불가피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