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반환 문제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정부에 대응 방안 마련을 지시한 후 등록금 반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섰지만 당과 정부, 부처간 입장 차이가 커 대책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등록금 문제의 당사자로 적극 해법을 찾아야 할 대학들도 정부만 쳐다보는 상황이다. 학기초부터 제기된 등록금 반환 문제가 1학기 종강이 다되도록 해결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당정청은 17일 국회에서 당정청협의회를 열어 등록금 반환 문제를 논의했으나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3차 추경안에 관련 예산을 넣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 질의에서 "등록금 환불은 대학이 자체 결정할 문제"라며 정부 재정 지원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달 교육부가 등록금 반환 문제 해결을 위해 3차 추경안에 1,900억원 가량의 배정을 요구했을 때도 기재부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대학 등록금 환불에 세금인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게 옳으냐는 기재부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세금이 대학 등록금 환불에 지원될 경우 연간 학비가 1,000만원 안팎인 사립초중고의 학비도 환불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상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직접 등록금 반환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면 간접적으로 대학 재정을 지원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정부의 올바른 자세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때 같은 논란으로 실기했던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
정부ㆍ여당이 진정 학생들의 어려움을 도울 생각이라면 어떻게든지 가능한 아이디어를 강구해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제안한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 용도 제한 완화도 적극 검토할만하다. 대학들도 재정 악화만 내세울 게 아니라 책임지는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마땅하다. 학생들과 협의를 통해 등록금 일부 반환 방침을 확정한 건국대 사례가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돼야 한다. 정부와 대학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속히 해결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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