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조진웅 보고 쓴 시나리오, 조진웅 덕에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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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조진웅 보고 쓴 시나리오, 조진웅 덕에 영화로”

입력
2020.06.22 15:54
수정
2020.06.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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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으로 감독 데뷔

영화 '사라진 시간'으로 감독 데뷔한 배우 정진영은 "이제 겨우 개봉이라는 봉우리에 올라온 상황이라 감독으로서 다음 행보를 어찌할 지 판단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올해 데뷔 32년을 맞은 배우 정진영(56), 아니 정진영 감독은 오래 전부터 감독을 꿈꿨다.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 ‘초록물고기’ 연출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18일 개봉한 영화 ‘사라진 시간’은 그래서 오랜 염원의 결과다. 개봉하던 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 감독은 “(긴장해) 머리가 텅텅 비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연출) 한번은 꿈이지만, 두 번째는 욕심”이라고도 했다. “단지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두 번째 연출까진 할 수 없고, 영화적 가치 등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감독은 저예산영화를 생각했다. 배우 조진웅을 밑그림 삼아 시나리오를 썼다. 석 달만에 초고를 끝냈다. 영화사 세우고, 낡은 아파트에 책상 하나 가져다 놓은 사무실까지 냈다. 조진웅이 출연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시나리오를 건넸다. “확률은 5% 정도 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바로 “출연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믿기지 않았다. “선배라고 억지로 하는 것 아니지?”라고 되물었더니 되레 “제가 맡을 박형구의 대사는 토씨 하나 고치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다. 조진웅은 “원작이 뭐냐”고 물었고 “내가 썼다”는 정 감독 답변에, 그리고 “내가 만든 영화사에서, 내가 저금한 돈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소리에 조진웅의 눈은 휘둥그래졌다.

일은 술술 풀렸다. “조진웅 덕분”이었다. 며칠 뒤 조진웅과 함께 출연한 영화 ‘대장 조창수’ 사람들과 술 마시는데 조진웅이 갑자기 “진영 선배 연출 데뷔하시고 제가 출연합니다”라 선언했다. 함께 자리했던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즉석에서 제작을 맡겠다 했다. 정 감독은 “천군만마를 얻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정진영 감독의 연출 데뷔작 '사라진 시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정진영 감독이 영화 '사라진 시간' 촬영 현장에서 배우와 모니터를 보며 촬영 장면을 논의하고 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사라진 시간’은 독특한 영화다. 시골마을 부부교사가 참변을 당한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박형구. 어느날 술마시고 일어나보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가족을 비롯, 자신의 모든 과거가 지워졌다. 박형구는 자신을 되찾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영화는 판타지, 스릴러, 미스터리 등이 한데 뒤섞여 딱 이 장르라 말하기 까다롭다. 아련하고 쓸쓸하고 슬프면서도 때론 웃긴다. 정 감독은 “이야기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면서도 “유능한 감독도 많은데 내가 연출을 할 거라면, 기존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야기 형식도 따라 변하는 매력이 있다고 봐요.”

감독으로 맞는 영화 개봉은, 배우 때와 다르다. 정 감독은 “배우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연기로 평가 받는데, 감독은 인간 정진영 자체를 드러내게 된다”고 했다. 그는 “발가벗겨진 느낌”이라고도 말했다. “배우와 스태프가 양보하고 도와줘서 만든 영화에요. 흥행까진 아니더라도 영화적 평가라도 있어서 그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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