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인종차별 철폐 논의로 진화한 유럽 시위… 정치권 반성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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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인종차별 철폐 논의로 진화한 유럽 시위… 정치권 반성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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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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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영국 옥스퍼드대 오리엘 칼리지에 세실 로즈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오리엘칼리지 이사회는 이날 이 동상의 철거를 학교 측에 권고했다. 옥스퍼드=AP 연합뉴스

미국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유럽으로도 번진 반(反)인종차별 시위가 한 단계 진화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인종차별 문제에 침묵해온 유럽 정치권이 본격적인 반성을 쏟아내면서 사회구조적인 개혁 논의로 옮아갈 동력이 모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유럽에선 그간 반인종주의가 정치 지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미국에서 구조적 인종차별 논의를 끌어낸 ‘플로이드 시위’의 강력한 동력에 힘입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제국주의 청산 요구로 확장되는 등 파장이 커지자 유럽 정치권도 뒤늦은 반성에 나섰다는 것이다. WP는 이런 분위기를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시들해졌지만 인종차별 항의 시위만큼은 유럽 대륙을 강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주관하는 인종차별 토론회를 내주 중에 열기로 했다. 전원 백인으로 구성된 EU 집행위는 각급 기구에서 소수인종이 과소대표되고 있는 이유부터 밝힐 계획이다. 같은 날 영국 옥스퍼드대 오리엘 칼리지의 이사회는 아프리카 식민지화에 앞장선 세실 로즈의 조각상 철거를 대학 측에 권고했다. 사실 이 요구는 2015년부터 계속돼 왔지만 매번 일부 동문들이 대규모 기부금 철회를 압박하면서 유야무야 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의결기구가 직접 나선 것이다. 앞서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지난 4일 “크리스마스 기간 흑인 분장 관습을 끝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간 유럽에서는 플로이드 사건과 유사한 사례들 상당수가 ‘개인적 일탈’로 치부돼 왔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흑인이 인종차별적 폭력을 당한 사건에 대해 침묵해온 유럽 지도자들이 잇따라 플로이드 사건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시위대의 분노를 더 자극했다”고 분석한 이유다. 인권단체 ‘모두를 위한 정의와 자유 위원회’를 이끄는 야세르 루아티는 폴리티코에 “유럽적인 위선의 완벽한 예”라고 일갈했다.

유럽이 인종차별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이유 중 하나로 역사적인 경험이 꼽힌다. 노예제도가 400년간 지속된 미국과 달리 유럽 내 인종차별의 뿌리는 제국주의 식민지인들이 건너온 1960년대로 비교적 최근이다. 하지만 그 심각성이 덜한 건 결코 아니다. 지난해 유럽 거주 흑인 5,800여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는 조사 전 5년간 인종차별적 괴롭힘을 경험했고, 특히 5%는 신체적 공격까지 당했다. 반면 경찰에 신고한 비율은 단 14%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이 밝힌 이유는 “경찰에 신고해도 아무 것도 바뀌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유럽에서 전례 없는 규모로 시위가 확산하면서 마침내 인종적 불의와 정면으로 마주할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뤼셀 의회에서 초청연설 예정인 벨기에 인권운동가 야신 부보트는 “정치인들이 동요하고 드디어 (인종차별) 토론이 시작됐다”면서 “이전까지 길거리뿐 아니라 의회는 물론 TV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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