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위한 칩 설계 플랫폼 출시

삼성전자가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자립도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가 반도체 칩 설계 과정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기술적 자원을 공급한다. 설계, 디자인, 생산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반도체 가치사슬 속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높여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팹리스 업체가 자체 서버 없이도 클라우드 공간에서 반도체 칩을 설계할 수 있는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을 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플랫폼 사용료를 내야 하지만, 팹리스 업체가 실제 설계까지 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이 나온 건 처음인데다 팹리스 업체가 직접 서버를 구축하고 용량을 늘릴 필요가 없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칩 설계 과정 역시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작업 후반부로 갈수록 칩 설계에 필요한 서버 등 컴퓨팅 자원이 대폭 늘어나고, 팹리스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커진다. 칩이 제대로 설계됐는지 검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상당하다.

삼성의 플랫폼에는 칩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SW)들이 탑재돼 있어 각 기업이 작업에 필요한 SW를 선택해 구동시키면서 칩을 설계할 수 있다. 실제 국내 팹리스 업체인 가온칩스가 이 플랫폼으로 차량용 반도체 칩을 설계한 결과 기존 대비 설계 기간이 약 30% 단축됐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ADT, 하나텍 등 국내 업체들이 플랫폼 사용 의사를 밝혀왔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필수인 MPW(한 장의 웨이퍼에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방식) 프로그램을 연 3, 4회 국내 팹리스 업체들에 제공하고 있다. 팹리스 기업이 설계한 제품이 생산공정에 적합하도록 최적화한 설계도면을 짜는 디자인하우스 업체들을 위한 설계 방법론 등 기술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생태계는 삼성전자처럼 설계부터 생산, 포장, 판매ㆍ유통까지 수행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과 설계, 생산, 디자인 등 공정별 특화 기업들이 함께 구성하고 있다. 스마트폰, 차량 등 여러 응용처에 활용되는 반도체 수요에 재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정별 기업들과의 탄탄한 협업이 중요하다. 삼성을 추격하고 있는 칭화유니그룹,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도 팹리스 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관련 기업들의 공정 환경 개선에 나서는 것도 각 기업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박재홍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번 플랫폼은 팹리스 업계가 클라우드 기반 설계 환경으로 옮겨가는 중요한 기반이 돼 혁신적인 제품들이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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