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년경찰’ 내용 중 중국 동포 부정적 묘사
2심 재판부 “소외감 느꼈을 중국 동포에 사과” 화해 권고
영화 ‘청년경찰’ 속 중국 동포 묘사 내용이 이들을 불편함과 소외감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며 사과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2부(부장 정철민ㆍ마은혁ㆍ강화석)가 지난 3월 중국 동포 김모씨 외 61명이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 ‘무비락’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린 사실이 18일 뒤늦게 알려졌다.
문제가 된 부분은 극 중에서 “이 동네 조선족들만 사는데 밤에 칼부림도 많이 나요. 여권 없는 범죄자들도 많아서 경찰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해선 길거리 다니지 마세요”라는 대사가 나온 부분 등이다.
개봉 이후 해당 묘사를 두고 김씨 등 중국 동포들은 크게 반발했다. 일부 동포들은 집회를 열어 “마치 범죄집단처럼 혐오스럽고 사회악처럼 보이도록 하는 영화 제작을 삼가 달라”고 촉구했다. 김씨 등 중국 동포 일부는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선 인종차별적 혐오표현물”이라며 “정신적 손해배상을 하라”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영화 내용이 가상의 시나리오에 기초했으며 악의적인 의도로 제작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항소심에선 화해 권고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영화에 이런 판결이 나오면 나중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게 아니냐”, “조선족 범죄가 적지 않은데 영화에서 현실 반영을 하지 말라는 것인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체 검열을 유도하는 판결이다” 등 비판적 의견을 나눴다.
이에 사회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특정 지역이나 집단을 사회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등 인간 존엄성이나 인륜의 가치에 지나치게 위배되는 건 표현의 자유로 용납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하씨는 “제작사도 사회적 문제에 대해 많이 신경 써야 한다는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며 “대중매체가 미치는 영향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 등이 차별 받거나 낙인 찍히는 일이 없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하씨는 “법이 지나치게 전면에 나서면 과도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화 ‘청년경찰’에 관한 화해 권고 판결에 대해 “이 수준이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선은 나름대로 지켜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사 측은 앞서 법원의 판단에 따라 “본의 아니게 조선족 동포에 대한 부정적 묘사로 인해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꼈을 김씨 등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며 “앞으로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혐오 표현은 없는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NULL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