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이 1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고인은 최근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중앙일보 기자,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을 거쳐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한당 공천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2, 14~16, 18대 총선에서 당선돼 6선 의원으로 활동했으며, 16대 국회에선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서울사대부고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고인의 정치 역정은 파란만장했다. 총선을 치를 때 당적부터가 제각각이었다. 12대는 신민당, 14ㆍ15대는 무소속, 16대는 한나라당, 18대는 친박연대 소속으로 당선됐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민주당 정세균 의원에 패배했다.
정가에서 “정국의 흐름을 읽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던 고인은 진영의 경계도 넘나들었다. 14대 총선에서 당선된 1992년엔 민주당에 입당해 김대중 대통령 후보 진영의 대변인으로 활약하다가 이듬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97년엔 무소속 의원 신분으로 정무장관에 발탁되기도 했다. 2000년엔 개혁신당을 기치로 장기표씨와 무지개연합을 구상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소속이던 2005년 재보선 공천 탈락에 반발해 탈당했다가 다시 복당, 2007년 박근혜 대선예비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고인은 1996년 정치ㆍ사회 현안과 문화에 대한 단상을 모은 ‘지금, 잠이 옵니까?’라는 저서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원고지 1,100매 분량인 이 책을 5일 만에 집필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쓴 책’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메모지 한 장 분량으로 라디오 방송 30분을 진행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해박한 지식으로도 정평이 있었다.
19대 총선에서 패한 후엔 KT고문(2013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2013~17년) 등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임경미씨, 아들 재선, 딸 은선 세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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