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서로 멀어지고 있는 이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5일(어린이날) 진행한 ‘마인크래프트 랜선 초대’는 게임을 통해 현실을 연결한 가장 바람직한 예시라고 봅니다.”
제레미 힌튼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 사업 총괄은 17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가 MS의 샌드박스형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온라인 기획한 어린이날 기념 행사를 코로나19 시대의 가장 인상적인 경험 중 하나로 꼽았다. 힌튼 총괄은 MS 게임 브랜드 엑스박스(Xbox)를 담당하는 게이밍 부문 이사를 겸하고 있는데, Xbox 주요 경영진이 한국 서비스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게임쇼 E3 이후 처음이다.
힌튼 총괄이 언급한 청와대 어린이날 행사는 마인크래프트 세계로 구현된 청와대에 어린이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이에 대해 “게임이 단순한 오락 수단을 넘어 사회적 교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며 “이후 ‘가상 졸업식’ ‘가상 오리엔테이션’ 등 게임을 빌려 현실을 담아내려는 다양한 노력이 공유되며 게임의 긍정적 영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마침 지난달 마인크래프트는 전세계 누적 판매량 2억장을 돌파하며 ‘베스트셀러 1위 게임’ 위상을 공고히 했다.
◇‘콘솔의 무덤’ 한국…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는 가장 앞서나갈 것”
그간 콘솔에 집중해온 MS Xbox 입장에서 한국은 녹록지 않은 시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서 콘솔 점유율은 4%에도 못 미쳤고, 그마저 플레이스테이션4(소니)와 닌텐도스위치(닌텐도)가 대부분을 차지해 MS가 설 자리가 좁았다.
힌튼 총괄은 “한국 게이머들이 주로 PC와 모바일로 게임을 즐긴다는 걸 알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Xbox 생태계를 확장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콘솔이 여전히 Xbox의 중요한 부문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용자가 어떤 기기에서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MS의 목표라는 것이다.
‘프로젝트 X클라우드’는 MS 게임의 생태계 확장을 위한 야심작이다. 이 서비스는 게임을 따로 내려 받지 않아도 네트워크와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든, 어떤 기기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클라우드 게임’ 상품이다. PCㆍ모바일 게임 선호도가 높은 국내에서도 콘솔 게임을 제약 없이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MS는 지난해 10월 SK텔레콤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프로젝트 X클라우드를 시범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힌튼 총괄은 “한국은 5G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광대역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기술적 인프라를 갖춘 데다가 게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곳”이라며 “한국이 결국 클라우드 게임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S는 올해 크리스마스 즈음 우리나라를 포함한 1차 출시국에 최신 콘솔 기기 ‘시리즈X’를 내놓는다. 3년 전 출시한 ‘원X’를 앞세운 콘솔 대결에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에 크게 밀린 터라, MS가 이번에는 ‘칼을 갈고 나왔다’는 것이 시장 평가다. 린튼 총괄은 “한국은 Xbox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앞으로도 단순한 약속이 아닌 행동으로 한국 시장을 향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Xbox 플랫폼 ‘기록적 성장’… 자녀 관리 앱도 출시
코로나19로 전세계 많은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게임 산업은 오히려 승승장구다. MS 게이밍 부문도 마찬가지다. 힌튼 총괄은 “코로나19로 격리가 강화된 기간 동안 MS 콘솔 판매량과 서비스 이용률이 증가하며 Xbox 플랫폼이 기록적인 성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올해 4월 미국 내 Xbox 원(One)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0%나 성장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청소년들이 부모 눈을 피해 게임에 집중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폭풍 성장’하는 게임 산업의 부작용인 셈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MS는 지난달 ‘Xbox 패밀리 세팅 앱’을 공개했다. 이 앱은 자녀마다 계정을 만들어 아이 나이에 적합한 게임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데, 국내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심의에 따라 해당 기능이 적용된다. 부모가 이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추가해줄 수 있고, 게임 내 타인과의 소통 정도를 조절해줄 수 있어 최근 문제로 떠오르는 ‘온라인 따돌림’을 방지할 수 있다.
데이브 맥카시 MS Xbox 부사장은 화상 인터뷰에서 “패밀리 세팅 앱은 아이들이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도와줄 수 있는 기능”이라며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게임을 (가족 내에서) 긍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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