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의 독주’에 반발해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 중인 미래통합당이 출구 전략을 고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비상 시국이 조성되면서 통합당의 실탄, 즉 ‘짓밟힌 야당에 동정론’이 옅어지고 있다. 한반도 긴장이 계속되면 ‘또 싸우느냐’는 피로감이 의회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분개를 압도할 것이다. 위기 국면에서 야당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 통합당에선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외교ㆍ안보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에라도 참여하자”는 등원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태경 의원은 “민주당의 반민주적 폭거는 용납할 수 없지만, 국민 생명과 안전이 달린 국가안보는 그보다 더 중차대한 문제”라고 했다. 장제원 의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누가 갖느냐 문제를 놓고 중도층은 우리 마음처럼 분노해주지 않는다”며 현실론을 폈다.
한반도 긴장을 국회 복귀 명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자는 아이디어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국회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대해 응답자 과반(52.4%)이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 것도 통합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민주당이 일절 손을 내밀지 않고 있어서 통합당이 ‘알아서’ 퇴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강경론도 여전히 거세다. 통합당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인 박진 의원은 “여당의 일방적 상임위 구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원칙”이라며 “외교통일위, 국방위 등에 강제 배정된 우리 당 의원들이 사임계를 제출했기 때문에 당 특위에서 현안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원내 관계자는 “자체 파악 결과, 민주당과의 원 구성 협상을 끝내 거부해 상임위원장 18개를 모두 뺏기더라도 결사항전 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70~80% 정도 된다”고 말했다.
‘등원이냐, 보이콧이냐’ 사이에서 묘안을 찾아야 할 주호영 원내대표는 15일 이후 부재 중이다. 그는 15일 민주당의 단독 상임위 선출을 저지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한 뒤 충청도 한 사찰에 머물고 있다. 주 원내대표의 잠적에 ‘시간만 끌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수 있다’ ‘국민에겐 그저 무책임하게 비칠 수 있다’ 같은 우려가 당 일부에서 나온다.
17일 국회는 이틀째 반쪽으로 진행됐다. 통합당은 자체 외교안보특위를 열었다. 특위에선 ‘통일부 폐지’ 발언이 나오는 등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을 조준했다. 특위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불렀지만, 두 장관은 응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기획재정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보건복지위 등 3개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간사를 선임하고 3차 코로나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논의했다. 18일엔 외교안보 부처 장관을 불러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연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지난 16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500명(응답률 5.2%)을 대상으로 했다. 무선(80%)ㆍ유선(20%) 자동응답,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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