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 다음날 4대 군사지침… 판문점 재무장 가능성도
대남전단 살포, 주민 가장한 북한군이 충돌 유발 우려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빌미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추가로 취할 카드는 군사행동이다. 북한은 17일 남측 대응 조치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살라미’식 전략을 공식화했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구체적인 군사행동 계획들이 검토되고 있다”며 네 가지 방안을 발표했다. 제시된 방안은 △금강산 관광지구 및 개성공단에 부대 전개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에 재진출 △서남해상전선 및 전 전선의 경계태세 격상 및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북한 주민의 대남 전단 살포를 군사적으로 보장 등이 그것이다. 16일 오전 군사행동 방향을 공개한 데 이어 구체적인 세부 계획까지 발표한 셈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내 남측 자산 시설 철거, 2018년 9ㆍ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대남전단 살포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첫 번째 항목은 전날 연락사무소 무단 폭파의 연속선상에 있는 조치라 정부는 항의하는 것 외엔 도리가 없다. 북한 땅인 개성공단 지역에 공단이 생기기 전처럼 기갑부대가 주둔하게 되면 위협적인 측면도 있다. 서울과 직선거리로 39㎞, 도로를 따라서는 66㎞ 남짓밖에 안 되는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지역 내 부대 재배치 일환이어서 정부가 관여할 방법이 없다.
DMZ 내 재무장이나 각종 군사훈련 재개 등은 사실상 9ㆍ19 군사합의 파기를 시사한다. 4ㆍ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이행 방안인 군사합의 1조에서 규정했던 군사적 충돌 완화 및 방지 조치들이 무력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군사합의 파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안으로는 판문점 내 무장병력 배치 및 도열이 꼽힌다. 이곳에선 2018년 2차례 남북정상회담 및 지난해 6월 남ㆍ북ㆍ미 정상 회동이 열렸다. 그러나 군사합의 이후 남북 양측 군이 판문점 내 총기를 휴대하지 않고 각자 경계 근무에 나서 한반도 긴장 완화의 상징과도 같았던 공간에 무장병력이 재배치되는 건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과거 정전협정 무력화를 위해 박격포 등을 소지한 북한군이 판문점 내에서 행렬을 했던 것처럼 단순히 권총을 차고 나오는 것 이상의 시도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사합의 이후 남북 양측이 각각 철거하거나 무장병력을 후방 배치했던 DMZ 내 GP 11곳을 재설치하거나 무장병력을 배치할 수도 있다. 또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완충지역이 설치된 서해상에서 해상기동훈련을 하거나 해안방어부대가 해안포를 완전 개방해 즉시 발사할 수 있는 모습을 공개해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군 당국이 대처하기에 무엇보다 까다로운 건 북한군이 대남전단 살포를 군사적으로 안전하게 보장한다는 부분이다. 풍향 등을 고려하면 한강 하구에 인접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전단을 살포할 가능성이 높다. 군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주민으로 가장한 북한군이 탄 어선에서 삐라를 날렸을 경우 군이 이에 대응하고 ‘군사적으로 안전한 보장’을 위해 동행할 북한 경비정들이 대응 사격을 하면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군은 일시에 모든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남측 대응에 맞춰 단계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날 연락사무소 폭파 사진을 게재하면서 “우리는 남조선당국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차후 처신, 처사 여부에 따라 연속적인 대적 행동 조치들의 강도와 결행 시기를 정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인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13일 담화 이튿날부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군 당국은 북측 동향을 주시하며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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