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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심장부로 간 中 양제츠, 미국과 무엇을 나눌까

입력
2020.06.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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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17일 하와이에서 만났다. 양국 관계가 ‘역사상 최악’으로 평가 받는 상황에서 외교수장 간의 전격적인 만남이다. 일단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붙는 이슈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이 스티븐 비건 부장관과 함께 하와이로 향할 것”이라고 일정만 짧게 밝혔다. 평소와 달리 기자단도 동행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와 매체는 아예 회동 자체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철저한 비공개 만남이라는 의미다. 폼페이오 장관과 양 정치국원이 만난 건 지난해 8월 뉴욕 회동 후 1년만이다. 전화통화는 지난 4월이 마지막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일부 외신은 “중국이 요청해 성사된 회동”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더 아쉬운 입장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겉으로는 각종 경제지표가 예상을 웃도는 양호한 성적을 거두며 지난달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도 무사히 치렀다. 이에 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것에 맞서 거칠게 반격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방역전쟁 승리’를 선언하자마자 수도 베이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체면도 구긴 상태다.

더구나 회동 장소는 중국이 극렬하게 반발해온 미국의 인도ㆍ태평양사령부가 위치한 하와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군사적으로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적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다. 통상 양국 회동이 워싱턴이나 뉴욕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열린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미국과의 신경전에서 밀려 한 수 접고 들어간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양국이 논의할 현안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산적해 있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 대응, 군축, 무역 갈등, 홍콩 문제 등의 이슈가 망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단계 합의에만 1년이 넘게 걸린 지난해 미중 무역협상을 감안하면 어느 하나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주제다. 그런데 폼페이오 장관은 하와이에 고작 24시간만 머물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를 줄곧 ‘우한 바이러스’로 규정하며 중국을 향해 비난을 퍼부은 당사자다. 회동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낸 비건 부장관이 참여한 점에 비춰 전날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긴장이 부쩍 고조된 한반도 정세가 의미 있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기대치를 대폭 낮췄다. 갈 루프트 워싱턴 소재 세계안보연구소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실질적 성과는커녕 기껏해야 11월 선거를 앞두고 상황 악화를 피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으로 관계 회복을 원한다면 폼페이오 장관을 보내면 안됐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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