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4번 타자 이대호(38)가 이달 들어 홈런을 펑펑 터뜨리고 있다.
5월 한 달간 23경기에서 홈런 1개에 그쳤던 이대호는 16일 현재 6월 13경기에서 5개를 몰아쳤다. 팀 홈런 26개(9위)로 시원한 한방이 부족했던 롯데 타선은 이대호의 장타 덕분에 무게감이 생겼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 2017년 국내로 유턴한 이대호는 복귀 첫해 34홈런, 이듬해 37홈런을 터뜨리며 건재를 알렸다. 하지만 2019년 반발력이 줄어든 공인구 영향을 받아 16홈런으로 뚝 떨어졌다.
왕년의 홈런 타자라도 흘러가는 세월을 피할 수 없었다. 파워도, 순발력도 예전과 달랐다. 무뎌진 반응 속도는 변화를 요구했다. 이대호는 “작년에 안 좋았기 때문에 올해 반등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지난 겨울 혹독한 훈련으로 15㎏ 체중 감량을 했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이대호는 빠른 공 대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통계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직구 타율은 0.267로 약했지만 올해 0.421로 상승했다. 5월 홈런은 1개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0.349의 고타율을 뽐냈다. 또 홈런에 대한 조급함은 내려놓고 타이밍을 기다렸다. 그 결과, 상대 팀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한화 서폴드, LG 켈리, 키움 요키시 등에게 잇달아 홈런을 뽑아냈다.
이대호가 6월에 가동한 홈런의 특징은 방향이 좌중간이다. 힘으로 밀어 쳐 우중간으로 넘기기 보다는 자신의 스윙 존에 걸리는 공을 기술적으로 당겨 치거나, 특정 코스 및 구종을 노려서 왼쪽으로 넘겼다. 김정준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예전처럼 힘으로 만들어서 치는 홈런보다 과거에 홈런을 쳤던 요령과 머리로 장타를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이대호의 타격을 보면 2014년 만 38세 시즌에 최고령 30홈런을 쳤던 이승엽(은퇴ㆍ삼성)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승엽 역시 2013년 13홈런에 그쳤다가 이듬해 32홈런으로 부활했다. 세월과 타협한 이승엽은 힘이 아닌 기술적으로, 순간 대처 능력으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32개 중 31개는 잡아 당겨 친 홈런, 힘으로 밀어 넘긴 홈런은 1개였다. 당시 이승엽의 홈런을 지켜본 선수들은 “보통 홈런을 치기 위해선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데 이승엽은 그런 게 없다”며 “저게 과연 넘어갈까 하는 타구가 항상 넘어간다”고 감탄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이 6년 전 걸어갔던 길을 이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걸어간다. 6경기당 1개를 친 이대호의 시즌 홈런 페이스로는 30홈런이 힘들 수 있지만 6월에 감을 잡은 장타 생산력을 유지한다면 이승엽에 이어 만 38세 30홈런 시즌을 만들 수도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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