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이맘때면 백화점의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는 선글라스가 때아닌 위기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선글라스를 기피하고 있어서다. 여름철 대표 상품인 선글라스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자 백화점들은 부랴부랴 이례적인 할인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달 롯데백화점의 선글라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나 주저앉았다. 이달 들어서도 1~16일 선글라스 매출 신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 줄었다. 5~6월 누계로 치면 작년보다 총 41%나 매출이 떨어졌다. 다른 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의 5월 선글라스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8%, 6월 1~16일 사이엔 20.2%씩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5~6월은 선글라스 판매의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더위와 함께 자외선이 강해지는 시기인 데다 여름휴가와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관련 물품을 많이 구매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성수기란 말이 무색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작년 5~6월 선글라스 매출은 전년 대비 6% 신장했다”며 “40% 넘게 큰 폭으로 매출이 빠진 건 근래 들어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마스크 착용 보편화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안 그래도 마스크 때문에 더 더운데 선글라스까지 끼면 너무 갑갑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마스크만 착용했을 땐 눈을 보고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챌 수 있지만, 선글라스로 눈까지 가리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렵다는 것도 선글라스를 피하게 되는 이유다. 얼굴 인식 인공지능(AI)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모두 쓴 사람은 인식을 못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AI는 눈, 코의 모양과 주변 주름, 점, 잡티 등으로 누구 얼굴인지 판단하기 때문에 눈이나 코 중 하나는 제대로 보여야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선글라스 구매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코로나19 상황에선 악재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선글라스를 구매하는 채널은 안경원(48.1%)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백화점(22.7%)과 면세점(11.8%)이다. 안경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 사는 경우가 대다수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로선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여름 성수기 상품마저 코로나19 때문에 타격을 입게 된 셈이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막혀 있는 만큼 면세점도 올 여름 선글라스 매출을 기대하긴 어렵다.

백화점들은 결국 ‘성수기 할인’이라는 유례 없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9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자체 브랜드 ‘뷰’ 선글라스 전체 상품 가격을 50% 낮춰 내놓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점포별로 페라가모, 구찌, 휠라 등 유명 브랜드 선글라스를 최초 판매가보다 최대 60%까지 저렴하게 판매한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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