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할머니 가족, 할머니 통장 관련 의문 제기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부실관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정의연 산하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의 가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가 사망 직전 길 할머니 가족으로부터 할머니의 통장에서 거액이 빠져나간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 받은 사실과 관련해 검찰이 소환 조사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길 할머니 양아들인 황모(61) 목사는 이날 인천 자택 앞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서울서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요구해 어제 밤 늦게까지 조사를 받고 왔다”고 밝혔다. 황 목사는 이어 “(길 할머니 통장 관련해) 알고 있는 내용은 검찰에서 전부 소명했지만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정부와 서울시가 지급한 지원금 등 길 할머니 자산 관리 내역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가 생전 길 할머니의 돈 관리 문제를 두고 황 목사와 부인 조모씨와 갈등을 겪은 사실은 앞서 7일 이들 부부의 딸이 중앙일보 기사에 댓글을 남기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딸 A씨는 댓글에서 “이번 (정의연) 사건이 터지면서 소장님이 할머니 은행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빼내 다른 계좌에 보내는 등의 돈세탁을 한 것을 알게 됐다. 금액 쓴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저런 선택을...”이라며 손씨의 돈 세탁 의혹을 제기했다.
황 목사 부부에 따르면 이달 초 손씨가 부부에게 보여준 길 할머니 명의의 통장에는 400만~2,000만원에 이르는 거액이 빠져나간 내역이 기록돼 있다. 부부가 손씨에게 해당 금액의 사용처를 알고 싶다고 했으나 지난 6일 손씨가 경기 파주시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결국 설명은 듣지 못했다.
손씨 사망 사건을 조사 중인 경기 파주경찰서도 이날 황 목사 부부를 면담 조사했다. 경찰은 손씨의 휴대폰 디지털포렌식 자료 등을 토대로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정의연은 손씨 관련 의혹이 계속되자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예의조차 갖추지 않은 반인륜적 호기심”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본보는 정의연 측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NULL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