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모두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 가능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양국의 상반된 방역 전략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대구ㆍ경북의 대유행이 전국으로 퍼지는 것을 막았던 한국의 ‘K방역’은 경제 위축을 우려해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개인의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한다. 사회 활동을 일시에 멈추거나 이동의 자유를 막기보다 확진자와 접촉자를 신속히 찾아내 격리하는 것이 골자다. 반면 중국은 환자가 나타난 지역을 봉쇄해 사회활동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C방역’을 수행해왔다. 덕분에 중국도 올 초 우한을 중심으로 퍼진 확산세를 억제할 수 있었다. 양국은 최근 서울과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확산세에도 기존 방역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중 방역당국 중 어느 쪽의 전략이 먼저 효과를 발휘할지 다시 한번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발생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7~13일 평균 40.3명에 달한다. 이는 수도권 집단감염 확산세가 불붙은 지난달 17~23일 10.1명에 비하면 4배 이상 늘어난 규모이다. 수도권의 유행 확산 속도가 한 달 전과 비교해 4배이상 빨라졌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5월 황금연휴 이전 시행했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체계를 격상시키는데 여전히 부정적이다. 15일부터 유흥업소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을 집합제한 명령으로 완화했던 서울시가 단계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실행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지만, 중앙정부에선 등교수업 중지, 서민 경제 기반 붕괴를 이유로 ‘K방역’의 기조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우리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의 수도권 확산세에도 사회를 멈추는 대신 고위험시설, 고위험집단을 선별해 방역수준을 높이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또 중환자 병상이 특정 지역에 부족할 경우, 지역을 넘나들면서 환자를 전원ㆍ입원시키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중안본 회의에서 “지난 한 달 사이 발생한 확진자의 84%가 수도권에서 나왔고, 수도권에서 치료 중인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수도권의 확산세를 꺾고, 고령층과 수도권 밖으로 전선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선 감염원이 불분명한 신규 확진자가 나타나고, 신파디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불붙으며 16일까지 6일만에 확진자는 137명으로 불어났다. 사실상 신종 코로나 위기 탈출을 전 세계에 천명했던 중국은 우한발 확산을 잠재웠던 봉쇄와 제거를 골자로 하는 ‘C방역’에 돌입했다.
먼저 베이징시는 신종 코로나 대응 수준을 3급에서 2급으로 올렸다. 지난 6일 3급으로 낮춘 지 불과 열흘 만이다. 수입 연어 매장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신파디 도매시장을 포함해 주변 전통시장들의 문을 닫았고 일부 주택단지들도 봉쇄됐다. 또 베이징을 떠나려는 사람은 출발일 기준으로 일주일 안에 핵산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다는 증명서를 당국에 제출토록 했다. 대중교통에 탑승 가능한 최대 인원수도 제한됐고 농구 등 야외 체육활동마저 금지됐다. 우한처럼 도시를 전면봉쇄할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위를 훼손할 수 있어 중국 당국은 ‘핀셋’ 접근을 강조하지만, 외관상 C방역의 핵심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동일한 위기 앞에 상반된 방역 체계를 운영하는 양국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감염확산 제어만을 놓고 보면 중국의 경우가 효과를 더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은 특수한 정치체계 덕분에 강력한 봉쇄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한국보다 환자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면서 “한국도 4월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보다 길게 이어갔으면 현재 대만이나 뉴질랜드, 베트남처럼 환자 수를 억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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