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스트 김소희 로봇공학전공 교수팀, 3D프린팅으로 다채널 측정장치 개발
뇌신경계 신약 개발 과정에 실험동물로 널리 쓰이는 물고기인 제브라피쉬라의 뇌파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신약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김소희 로봇공학전공 교수와 이유현 연구원 연구팀은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제브라피쉬 대상 다채널 뇌파측정 장치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이를 활용, 뇌전증 치료약 검증에도 성공했다.
이 장치는 뇌파를 측정하는 동안 물고기를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유닛과 약물 주입ㆍ교환유닛을 결합한 것으로, 실험하는 동안 안정적인 상태에서 약물을 교환해가면서 뇌파를 측정할 수 있다.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수많은 신약후보물질 중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을 걸러내는데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는 1마리의 제브라피쉬에 뇌파측정을 위한 바늘을 찔러 넣고, 1시간 이상 약물을 주입해가며 측정하는 방법을 썼다.
제브라피쉬는 인간과 70% 유사한 유전정보와 생체기관을 갖고 있어 신약개발 단계 중 1단계인 세포 수준의 기초연구와 다음인 마우스 등 설치류 대상 비임상시험 단계 사이의 실험동물로 주목 받고 있다.
김 교수는 “뇌파측정을 위해 종전에는 바늘 형태의 전극을 찔러 넣었지만, 3년 전 우리 연구실에서 머리 표면에 부착하는 방식을 개발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측정시간 동안 제브라피쉬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장치와 약물 주입ㆍ교환장치 등을 결합해 비침습적 다채널 뇌파측정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장치는 측정장치를 손쉽게 확장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동시측정 가능 개체 수를 손쉽게 늘릴 수 있고, 뇌파 측정 후에는 다시 수조로 보내 장시간의 추적관찰도 용이하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향후 제브라피쉬의 장점을 극대화한 신약 개발ㆍ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뇌신경계 질환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여러 후보약물을 여러 마리의 제브라피쉬에 동시에 투입, 비교연구도 할 수 있어 정확도와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개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은 뇌전증이나 수면 장애, 자폐증 등 다양한 뇌신경계 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의 초기 스크리닝 단계에 활용할 수 있다”며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뇌파의 약점을 극복하고, 정확도가 높다는 뇌파의 장점을 바탕으로 약효 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어 향후 후보물질 초기 스크리닝 단계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바이오센서 분야 국제학술지인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온라인에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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