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 도전이 되도록’ 쓴 김희량씨 교육부장관상 수상
한국일보와 한국조사기자협회(회장 박현수)가 공동주최한 제7회 대한민국 신문 논술대회 시상식이 1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김희량씨가 교육부장관상을, 강다은씨가 한국일보사장상을 수상했다.
올해 신문논술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처음 온라인 공모로 개최했으며, 시상식 또한 수상자 전원과 가족이 함께 했던 예전과 달리 수상자 대표만 참여하는 약식으로 진행됐다.
본보 김범수 논설위원은 심사평에서 “지난해에 비해 응모작들이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졌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바뀐 온라인 공모 형식이 논리 구성과 사례 수집, 충분한 퇴고 등 글쓰기 조건이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김희량씨의 ‘도박이 도전이 되도록’에 대해 청년 의원의 비율이 그 인구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문제점 지적과 고질적인 문제인 금전적인 부담을 개선할 법제도, 정당 운영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힘있는 문장에 담았다고 평가했다.
수백 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노선웅씨를 포함해 이시예진(충북대)ㆍ김성준(한양대)ㆍ김승민ㆍ곽소영ㆍ조지윤(성균관대)씨가 우수상을, 이의진(연세대)ㆍ김서영ㆍ최지훈ㆍ윤지환(대전지족고)ㆍ박태향ㆍ고은별(강원대)ㆍ김형환ㆍ박서영ㆍ임세빈(성남외국어고)ㆍ남예지(연세대)씨가 장려상을 수상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아래는 교육부장관상 전문.
[도박이 도전이 되도록 / 김희량]
도전이라 부르지 마라. 이것은 도박이다. 한국의 청년 정치 이야기다. 4?15총선에서 전남 순천에 출마한 천하람 미래통합당 후보는 낙선과 함께 1억 원의 빚을 지게 됐다. 3% 이하의 득표율이라 선거비를 보전받을 수 없단다. 천 씨는 변호사라 괜찮다고? 변호사 정도는 되어야 후보자라도 될 수 있는 게 문제다. 실패의 결과가 너무 크다면 꿈조차 꿀 수 없다. 한국은 정치 기탁금이 터키, 일본에 이어 가장 많은 나라다. 생존이 목표라는 요즘 시대에 정치권은 감당할 수 없는 입장료를 청년에게 요구한다. 씨앗을 심으려면 땅부터 있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청년 정치발전기금 법제화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청년 정치야말로 지금의 '의존 정치'를 극복할 대안이다. 당사자의 문제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안다. 남성 의원이 여성 노동자의 출산 육아 문제를 다루기엔 한계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직업과 계층, 노동의 방식은 너무나 다양해졌다. 직접 경험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 관찰자로서 보는 기성세대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20·30세대를 직접 대변할 사람은 국회의원의 1%다(20대 국회). 본인의 문제지만 늘 부모 세대, 조부모 세대인 정치인들에게 비자발적으로 위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의존 정치는 장기적으로 그 사회의 발전 동력을 잃게 만든다. 당사자가 정치 효용감을 느끼지 못하고 정치적 무관심과 무기력함을 겪게 만들어서다. 이번 재난지원금 논란도 마찬가지다. 남의 일처럼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결과는 감내해야 한다. 효용성과 보편성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싸웠지만 정작 세금을 감당할 이들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중앙일보 김동호 기자는 재난지원금을 두고 미래 세대를 향해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칼럼까지 썼다.
이런 상황임에도 청년에게 정치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돈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 참여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치 입문도, 정치인의 삶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프랑스나 스웨덴처럼 장기적인 교육을 받을 기관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설사 정치인이 되고 싶어도 입후보 전에는 후원금을 받기도 어렵다. 당직비 100만 원, 당협위원회 1000 만원, 선거 활동비 3000만 원을 낼 수 있는 청년은 몇이나 될까. 참가 자격을 갖추는 것 자체가 N포 세대인 청년들에겐 넘기 힘든 장벽이다. 누군가에게 반드시 의지해야만 정당을 키우고 선거에 나갈 수 있는 구조다. 21대 최연소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의당도 3500만 원의 '참가비(경선기탁금)'를 받았다.
4·15 총선의 청년 당선자들도 일회성 이벤트 방식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대다수다. 당선자 13명 중에서 수년간 정당 활동을 한 이는 장경태 동대문을 지역구 당선자 정도다. 조기 영어교육은 판치지만 조기 정치교육은 없는 현실의 결과다. 배현진 송파을 당선자 등은 개인이 사회에서 세운 유명세를 바탕으로 정치권에 영입됐다. 위기 극복형 인재를 인형 뽑듯이 데려오는 현행 방식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정책이나 정치에 대한 철학 없이 국회에 입성해 귀한 시간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의 생활을 두고 '인턴 국회' 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에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들어갈 사람도 없는 것이다.
청년 정치가 뿌리내릴 땅이 있어야 한다. 청년 정치발전기금의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다. 19대 때 발의됐다 임기 만료로 폐기된 이 법안은 정당이 국고보조금 10%를 청년 정치발전을 위해 쓰도록 규정한다. 이 기금을 통해 기탁금을 면제하거나 장기적인 정치인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청년이 대학에 갈 때는 경제 형편을 고려해 다양한 장학금을 운영한다. 돈 없이 공부는 하라면서 돈 없이 정치는 하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정치참여는 권리의 문제다. 미국의 민주당은 1930년대부터 당 대학생위원회, 청년위원회 등을 운영하며 전통과 체계를 갖춘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그 결과가 30세의 오카시오코르테스의 등장이다. 가난했지만 지역구 선거를 통해 정치계 샛별로 등장할 수 있었다. 문턱을 낮추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우리도 그런 꿈 정도는 꿀 수 있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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