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코로나는 유럽서 와”
미중 갈등 속 EU 태도 어정쩡
중국이 수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책임을 돌리려 본격적으로 유럽을 겨냥하고 있다. 반면 홍콩보안법에 대해 한 목소리로 중국을 비판해온 유럽연합(EU)은 주요 정책을 놓고 미중 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신파디도매시장의 수입 연어 매장에서 비롯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럽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잔추 우한대 바이러스연구소 교수는 16일 관영 환구시보에 “유전자 검사 결과가 맞다면 베이징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유럽에서 온 식품이나 사람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우한의 경우보다 훨씬 강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중국 내 바이러스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코로나19 감염자수는 11일 이후 5일만에 106명까지 늘었다. 시장 상인과 인근 주민 등 우선검사 대상만 20만명에 달한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생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려는 발언도 잇따랐다. 시장이 위치한 펑타이구의 우하오 보건소장은 “수입 해산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이라면 우한 화난수산시장의 바이러스도 같은 경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오푸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소장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고 (중국의) 시장이 이제는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국이 ‘유럽 때리기’에 부담이 덜한 것은 홍콩보안법 등으로 얼굴을 붉혀온 양측의 소원한 관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9월로 예정된 중국-EU 첫 정상회의는 코로나19를 이유로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다. 이와 달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17일 아프리카 정상들과 코로나 대응 특별 화상회의를 개최한다.
EU는 중국을 상대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ㆍ안보 대표는 14일 “(미국과 중국 중) 한 쪽을 선택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우리는 ‘마이웨이’를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한 반중 대열에 동참하길 거부하며 독자노선을 강조한 셈이다.
그렇다고 완전한 중립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보렐 대표는 1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EU 27개 회원국이 참여한 화상회의를 마친 뒤 “중국의 야망과 행동이 미국과 EU에 가하는 도전에 대한 미ㆍEU 양자 대화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미중 사이에서의 중립을 강조한지 하루만에 ‘중국 문제’에 있어 미국과의 공조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이다. 미중 간 전방위 패권 경쟁에 끼여 있는 유럽의 군색한 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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