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락사무소 폭파에 개성공단 기업인들 ‘당혹’ ‘침통’
북한이 16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시설을 철거할 거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입주 기업들의 당혹감은 더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이날 폭파 소식을 접한 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진행한 4ㆍ27 판문점선언과 9ㆍ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공식적인 파기선언 아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 폭파된 연락사무소는 개성공단 내에 입주해 있는 공장들과는 떨어져 있다.
이 관계자는 “가장 가까운 공장도 (사무소와는) 100미터 정도 거리”라면서도 “현재 공장이 안전한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입주기업들도 막 소식을 들었을 텐데 심란할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6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입주 기업들은 개성에 기계설비와 제품을 남겨두고 서둘러 남쪽으로 넘어왔다. 하루아침에 공장 문을 닫게 된 이들은 4년 넘게 고통에 시달려 오면서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다시 공장을 가동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인 15일에는 6ㆍ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국회를 향해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즉각 제정할 것을 촉구하며 정부에는 4대 공동선언인 6ㆍ15 공동선언, 10ㆍ4 공동선언, 4ㆍ27 판문점선언, 9ㆍ19 평양공동선언을 즉시 이행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개성 공단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꺾이는 분위기다.
북한은 그 동안 연락사무소 폐쇄, 9ㆍ19 군사합의 파기,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을 언급해온 만큼 실제로 개성공단 시설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인들은 무슨 죄가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양쪽 정부의 약속을 믿고 입주한 부분을 감안해 개성공단만큼은 북한이 남측 기업인들의 재산으로 보고 (사무소와는) 다르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120여곳에 달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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