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불펜진이 상대 타자들에게 과감히 승부를 거는 ‘싸움닭’으로 거듭났다.
KIA의 뒷문을 지키는 ‘박전문(박준표ㆍ전상현ㆍ문경찬) 트리오’는 15일 현재 47.2이닝을 책임지면서 4자책점만 허용해 평균자책점 0.76을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은 이닝당 1개를 훌쩍 넘는 58개를 합작했다.
이들 덕분에 KIA는 선발 투수들이 6이닝을 책임지면 7~9회를 쉽게 마무리한다. 선발 투수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 시 KIA의 승률은 15승4패로 전체 2위다. 또 7회까지 앞선 경기 승률은 16승 무패로 삼성과 공동 1위다.
KIA 필승조의 특징은 공격적인 투구다. KBO리그 전체 투수들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64.7%지만 문경찬은 73.7%, 박준표는 68.7%, 전상현은 65.3%로 평균을 웃돈다. 구원 투수들의 이닝당 투구 수도 평균 17.4개지만 전상현은 14.4개, 문경찬은 14.6개, 박준표는 14.8개로 2~3개 적다.
화끈한 투구로 볼넷 허용도 적은 편이다. 특히 박준표는 16.2이닝 동안 1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문경찬은 13이닝 동안 3개, 전상현은 18이닝 동안 8개를 허용했지만 탈삼진이 각각 17개, 24개로 상대 타자를 압도했다.
타자와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건 개인 성향에서 비롯된다. 박준표는 “어렸을 때부터 볼넷 주는 걸 너무 싫어했고, 지금도 도망가는 투구는 안 좋다고 생각한다”며 “투수는 맞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 박준표가 특급 계투 요원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은 지난해 풀타임 경험이다. 지난 시즌 그는 49경기에서 5승2패 15홀드 평균자책점 2.09로 2013년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박준표는 “작년 경험 덕분에 마운드에서 차분해진 게 있다”며 “무조건 볼넷을 안 주려고 한다. 초구에 볼을 던지면 그 다음은 ‘칠테면 쳐봐’라는 생각으로 가운데 코스에 던진다”고 설명했다.
문경찬 또한 박준표와 비슷한 마음가짐이다. 10개 구단 마무리 중 스트라이크 비율 1위인 문경찬은 지난 9일 KT전, 12일 SK전에서 세이브를 거둘 당시 투구 수 10개, 6개를 모두 스트라이크로 꽂았다. 2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에서 유인구로 상대 방망이를 끌어낼 수 있지만 그대로 스트라이크 존에 던졌다. 문경찬은 “경기 후 투구 내용을 보면 실투도 있지만 망설임 없이 던지는 게 나만의 장점”이라며 “상대 타자들이 (내 공을) 노린다고 해도 다 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준표 문경찬 사이에서 전상현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전상현은 “서재응 투수코치님이 피하지 말고 자신 있고 과감하게 승부를 보라고 많이 조언해준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는 맷 윌리엄스 KIA 감독 역시 “공격적인 투구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며 “자기가 가진 구종을 다 던진다”고 칭찬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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