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대면 모임 무산되자 줌 화상회의 전환… 4개국 150여명 참여
“스토리텔링(행사 참가자의 개인사)과 조명 등을 잘 활용하면 현장감을 줄 수 있습니다. 성도들의 생생한 표정까지 포착해볼 생각이에요. 중요한 건 진정성입니다. 대면 기념식 못지않게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 용사와 가족들에게) 감동의 밤으로 기억되리라 믿습니다.”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는 2007년부터 매년 6월 25일을 전후해 한국전 참전 용사 초청 행사를 열어 왔다. 특히 올해 행사는 더 크게 벌여볼 참이었다. 한국전 발발 70년이 되는 해여서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퇴역 항공모함 ‘미드웨이’ 비행갑판에 500여명의 참전 용사와 가족들을 초청하고, 이어 90살 전후 노병 10명과 실종자ㆍ전사자 가족 20명을 한국으로 초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면서 지난 3월 대면 모임 일정을 전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요즘 남북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전쟁을 상기시킨다는 게 찜찜하다. 올 행사는 건너뛰어도 될 법한 상황이다. 하지만 소강석 담임목사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소 목사는 16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봤다”며 “최초로 온라인 초청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에게 참전 용사들은 “6월만 되면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존재다. “이름도 모르는 낯선 이방 땅에 와 청춘의 피와 땀, 눈물을 바쳐 희생한 참전 용사들의 은혜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세월이 흘렀고, 어느덧 꽃처럼 만났던 참전 용사들도 갈대가 돼 헤어지는 날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백발의 노구가 된 당신들과 갈대로 헤어진다 해도 우리는 자유와 평화의 땅에서 다시 꽃으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방북 당시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을 겁니다. 행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평양에 가서 강영섭 당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을 만났어요. 대뜸 그러더군요. ‘우리하고 싸우자는 겁니까. 참전 용사를 데려다가 뭐 하는 겁니까.’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아픔과 고난의 역사를 잊지 않아야, 민족의 역사를 기억해야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요.”
행사는 24일 오전 10시 새에덴교회 3층 프라미스 홀 중앙 무대에서 열린다. 미국, 캐나다, 태국, 필리핀 국적의 해외 참전 용사 100여명과 그 가족 50여명 등 150여명이 화상 회의 플랫폼인 ‘줌(Zoom)’으로 행사에 참여한다. 대부분 구순(九旬) 안팎인 참전 용사들은 샌디에이고, 포틀랜드, 피닉스, 댈러스,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등 6개 미국 지역과 캐나다 오타와, 필리핀 마닐라, 태국 방콕의 자택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할 예정이다. 한국ㆍ동남아시아는 행사 시간이 오전이지만 북미의 경우 밤 시간대다.
이들의 모습은 홀 중앙 무대 전면에 설치된 가로 18m, 세로 4m 크기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타난다. 최근 종영한 TV 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의 기술진이 원활한 진행을 위해 행사 준비팀에 합류했다. 약 1시간 30분간 이어지는 전체 행사는 유튜브로 생중계된다. 준비위원장인 김종대 장로(예비역 해군 소장)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전 70주년 기념 행사를 이런 식으로라도 시도하는 곳은 우리 교회가 유일하다”며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배로 시작하는 온라인 행사에서는 특별 찬양, 소 목사 설교, 유엔 및 한국군 참전 용사 전몰 장병에 대한 묵념, 전사자와 실종자들의 넋을 기리는 김 장로의 추모 인사가 이어진다. 한미 양국 대통령의 서면 축하 메시지와 박병석 국회의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한미 군 관계자 등의 축사도 마련된다. 93세로 참가자 중 최고령인 윌리엄 베버 예비역 대령도 영상 축사를 한다. 그는 한국전 당시 수류탄에 신체 일부를 잃었다.
새에덴교회는 올해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참전 용사들에게 미리 선물을 보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용 마스크와 참전 용사 메달, 스카프, 모자, 참전 용사들의 기억과 초청 행사 경험담 등을 담은 책 ‘고귀한 희생, 자유의 꽃 피우다’ 영문판 등이다.
이 교회의 참전 용사 초청 행사는 올해로 14년째다. 소 목사가 2007년 1월 미 ‘마틴 루서 킹 퍼레이드’ 전야제에서 만난 한국전 참전 용사에게 초청 약속을 한 게 행사 시작의 계기가 됐다. 지난해까지 한국과 참전국 현지에서 열린 초청 행사에는 모두 8개국 4,000여명의 참전 용사와 그 가족이 참석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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