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확진자 34명, 리치웨이 관련한 첫 사망자도 나와
지역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일 신규 환자 규모가 최근 2주 사이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유행이 다시 세를 불리고, 국내에서도 소규모 집단감염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서울에서는 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 해제 하루 전날 개장을 준비한 유흥업소의 종업원이 확진판정을 받는 등 고위험시설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여전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방역체계 수준을 어떻게 조정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으로 방역체계를 돌려야 한다는 주장과 기존 방역지침을 잘 지키면서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1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환자는 이날 오전 0시 기준 전날 같은 시간보다 34명 늘었다. 신규 환자 규모는 사흘 연속 30명대를 기록했다. 지역발생 사례는 21명으로 서울(11명) 인천(2명) 대전(3명) 경기(4명) 경남(1명)에서 나왔다. 서울 관악구의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3명),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5명) 등 기존에 접촉자가 파악된 환자집단에서 추가로 환자가 발생했다. 롯데택배 물류센터와 관련해서는 접촉자 159명에 대한 진단검사가 전날부터 이어졌고 이날 정오 기준으로는 추가 확진자는 없었다.
학교와 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경기 이천시 이천제일고교 교사 1명이 확진돼 학생과 교직원 1,130명에 대한 전수검사가 진행 중이다. 경기 고양시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는 간호사 1명이 확진돼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와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는 13명이었다. 이들은 미주(2명) 아프리카(6명) 중국 이외의 아시아 지역(5명)에서 입국했다. 방역당국은 세계 곳곳에서 유행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중국에서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다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모든 입국자를 자가 또는 시설에 14일간 격리해왔고 현재는 검사도 시행하고 있어서 당장은 해외유입 사례보다는 수도권의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날 발생한 국내 278번째 사망자(80세 남성)는 리치웨이 관련한 확진환자로 확인됐다. 무증상 상태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가 증상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폐렴이 진행됐다. 뒤늦게 확진판정을 받았을 때는 이미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환자 발생 규모가 30~50명대를 오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방역체계 수준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의 확산세가 이어질 경우 내달 9일 무렵이면 일일 신규 환자가 826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던 국립암센터 연구팀의 최선화 연구원은 “대학생들의 등교가 본격화되는 등 사회활동이 활발해질수록 환자 규모를 줄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방역수준을 높여서 환자 발생 규모를 일단 한자릿수로 떨어뜨려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또 다른 서울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전환해도 늦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의 판단과 달리 의료기관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환자가 발생할 경우를 미리 대비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장기전을 대비하려면 사회를 전반적으로 움츠러들게 만들기보다 시설 위험도에 맞춰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경수 영남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환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현재 가장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는 집단인 학교를 문닫자는 식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치지 않으려면 고위험시설은 방역체계를 강화하되 저위험시설과 생산시설은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운영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라면서 “일부 학교가 등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유흥업소 영업을 재개하도록 허용한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부연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해도 오래 지속하기 어렵고 현장의 방역인력도 많이 지쳐있다”면서 방역수준을 모든 곳에서 일시에 높이는 데는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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