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던 날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가 숨진 사고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도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부장 이순형)는 사망한 김모씨의 아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국가가 원고에게 3,1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씨는 2017년 3월 10일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로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했다.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자 흥분한 참가자들이 경찰 차벽을 뚫고 헌재 방향으로 진입하려던 순간 사고가 발생했다.
집회 참가자 정모씨가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수차례 들이받자 차벽 사이에 틈이 생겼고, 김씨를 포함한 일부 참가자들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정씨는 계속해서 차벽을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차벽 너머 소음관리차에 실려 있던 100㎏ 가량의 대형 스피커가 김씨의 머리와 가슴 쪽으로 떨어졌다. 김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김씨 아들은 “이 사고가 공무원 등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된다”며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1억2,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공공 구조물의 설치ㆍ관리에 하자가 있었다”며 국가배상법 제5조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예비적으로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국가가 김씨에게 3,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김씨의 예비적 주장을 판단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앞선 판결을 깨고 재판단을 했지만 배상금액은 1심과 비슷하게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 아들의 주요 주장에 대해선 1심과 같이 경찰이 집회참가자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스피커 틀이 추락할 위험에 직면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위대를 해산하는 등 한 단계 높은 시위 대처방안을 강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예비적 주장에 대해서는 구조물의 설치ㆍ관리 상의 하자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집회ㆍ시위가 금지된 장소에 들어갔고, 경찰의 추락 경고에도 본인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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