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결함’ 이유로 고노 방위장관 배치 중지 발표
자민당 “방위성이 그간 거짓 보고해 온 것이냐” 불만
정권 관계자 “고노 장관, 제 정신이 아니다” 비판도
주민 반대에도 미일동맹 의식 강행한 아베에도 타격
방위성의 지상배치형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 중지 발표로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발칵 뒤집혔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과 미일 안보동맹을 명분으로 배치를 강행해 왔던 아베 총리(安倍晋三) 정권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장관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비용과 기술적 문제를 생각해 배치 계획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지스 어쇼어의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과 시간을 감안하면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요격미사일 발사 후 낙하하는 부스터(추진 보조장치)를 이지스 어쇼어가 배치된 자위대 연습장 안에 확실하게 떨어뜨릴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인 데다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불가피해 배치 계획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자민당에선 고노 장관의 발표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고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무성 간부는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방위성 간부를 포함해 정부와 자민당에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자민당은 16일 합동회의를 열고 이지스 어쇼어 도입 중지 결정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방위성의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장관은 “부스터는 통제 가능하다는 설명을 반복적으로 받아왔다”며 “그것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면 방위성이 지금까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은 각의(국무회의) 결정된 것으로, 갑작스러운 발표는 당과의 신뢰관계에도 관련 있다”고 우려했다. 외무성에선 당장 미일동맹을 우려하는 목소리나 나왔다. 외무성 간부는 미일관계에 영향이 심각하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시점에서는”이라고 부정하지 않았다. 이지스 어쇼어 도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기 구매 요구와도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방위 장비 도입과 관련해서는 통상적으로 자위대의 요구와 함께 배치 지역과의 물밑조율을 거쳐 방위성이 배치 방향성을 정해 총리관저에 최종 결정해 왔다. 반면 이지스 어쇼어는 2017년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무기구입 압력으로 총리관저가 주도해 결정했다. 각의 결정 한 달 전인 2017년 11월 미일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엄청난 양의 무기를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배치 계획을 중지하는 것은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다. 이는 배치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강행 추진해 온 아베 정권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권 내에서는 고노 장관의 개인적 퍼포먼스일 뿐 미일동맹을 중시하는 관계상 (배치 계획 중지를) 실행할 수 없을 것이란 시각이 만만치 않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차기 총리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고노 장관이 존재감 과시를 위해 ‘오버’했다는 관측도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정권 간부는 고노 장관에 대해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힐난했다. 이에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지스 어쇼어 배치 중지와 관련해 “고노 장관의 판단은 미국 측과 협의를 거쳐 검토를 진행한 결과"라며 "적절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아베 총리와 경쟁관계이자 최근 ‘포스트 아베’로 주목 받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아베 총리도 방위장관도 ‘이지스 어쇼어는 필요하다’고 계속 강조해 왔다”며 “계획을 중지해도 억지력에 틈이 생기지 않는다는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상당히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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