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인도네시아 서부자바주(州) 팡안다란 밀림에 이상한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누구도 생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중부자바주 바뉴마스에 살던 멧돼지 사냥꾼 바워르(53)씨가 나섰다. 발견 장소까지 100㎞ 이상 이동한 바워르씨는 하수로에 들어간 멧돼지 꼬리를 들어올려 잡았다. 소문처럼 특이하게 생긴 멧돼지였다. 16일 콤파스가 이 소식을 전했다.
이 멧돼지는 닭발처럼 기다란 발굽을 가지고 있다. 발굽이라기보다 손가락에 가깝다. 보통 멧돼지는 발굽이 두 개로 갈라져 있는데, 이 멧돼지는 손가락마냥 긴 발굽을 각 다리마다 4개씩 가지고 있다. 닭도 발가락이 4개다. 또 위로 솟아야 정상인 송곳니는 옆으로 벌어져 자라고 있었다. 바워르씨는 “앞발에 손가락이 4개, 뒷발에 손가락이 4개인 멧돼지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식성도 특이했다. 바워르씨가 기르는 멧돼지들이 보통 파파야나 카사바를 먹는 반면 이 멧돼지는 발견된 날부터 생식을 거부하고 따뜻한 밥과 반찬 등 익힌 음식만 찾았다. 물 대신 커피나 차를 마셨다. 바워르씨는 “리짜리짜(고추 토마토 따위로 만든 매운 양념 음식)와 따뜻한 밥, 식후엔 커피나 차를 마신다”고 했다.
생태전문가는 근친 교배, 기후 변화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역 천연자원보존센터의 데디 루시얀토 소장은 “대개 근친 교배 같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기형이 나올 수 있고, 임신 중 포식자에게 쫓기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임신 장애도 유발 요인”이라면서 “극심한 기후 변화 역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이한 식성은 생포 뒤 겪은 스트레스 탓으로 짐작된다”고 덧붙였다.
이 기묘한 멧돼지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자 경찰이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마을 유지들도 멧돼지를 보기 위해 모이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마을 이장은 “신체적인 결함이나 독특한 특징은 인간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며 “최근 이틀간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서 지방정부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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