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여성 ‘소방차 로이’ 탄생… 13년차 유지연 소방관

소방차 로이. 2011년부터 EBS에서 방송돼 아이를 둔 부모라면 적어도 한 두번은 봤을 유명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 속 인기 캐릭터다. 사다리 같은 다양한 소방 장비를 갖고 다니며 위기 상황마다 큰 역할을 한다.
만화가 아닌 현실에 여성판 ‘소방차 로이’가 탄생했다. 서울 영등포소방서에서 일하는 소방관 유지연(43)씨다.
유씨는 지난달 29일 대형 특수 차량인 ‘소방사다리차’ 운용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여성 소방관이 소방사다리차 운전 자격증을 따기는 전국에서 유씨가 처음이다. 소방사다리차는 고층 건물에 불이 났을 때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필수적이지만 여성 소방관이 운전대를 잡는 일은 거의 없었다. 차가 크고 기능이 복잡해 남성 소방관이 주로 관리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소방으로 들어온 여성들은 회계 등 행정부서 일을 주로 하는데 난 현장업무를 더 하고 싶었다”며 “2008년에 일을 시작하면서 소방사다리차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 운전도 좋아했던터라 도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자격 취득제로 운영된 소방사다리차 운행 자격을 따려면 1종 대형 먼허를 따야 한다. 이후 필기와 실기 시험을 거쳐 합격자를 가린다. 유씨가 시험을 본 지난달엔 20명의 소방관이 응시했고, 이중 14명만 합격했다.
지난 13일 처음으로 소방사다리차를 몰고 화재 현장에 출동한 유씨는 “자격증을 따기까지 도와준 분들이 많았다”며 응원해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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