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영장 두 번째 기각에 분통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의자 이모(32)씨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피해 여성 A씨는 “망망대해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 측은 1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끔찍한 사고가 이미 터졌는데 (피의자가) 반성한다면 용서가 된다니 충격”이라며 “그 가벼운 말로 무거운 죄를 덮을 수 있다는 현실이 좌절스럽다”고 토로했다.
A씨는 지난달 26일 공항철도 서울역 인근에서 이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이씨는 사건 발생 직후 도망갔고, A씨는 눈가가 찢어지고 한쪽 광대뼈가 함몰되는 피해를 입었다.
사건 발생 뒤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경찰과 함께 이씨를 자택에서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이달 4일 “수사기관이 피의자 신원과 주거지 및 휴대폰 번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상황도 아니었던 만큼 긴급체포가 위법하다”며 “위법한 긴급체포에 기초한 이 사건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15일 법원은 재청구된 구속영장에 대해서도 피의자에게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재차 기각했다. 법원은 “이 사건은 여성 혐오에 기인한 무차별적 범죄라기보다 피의자가 평소 앓고 있던 조현병 등에 따른 우발적, 돌출적 행위로 보인다”며 “피의자도 스스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기각 사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A씨는 “피의자가 반성하고 있음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우발적 범죄는 엄중한 처벌이 없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우발적이라서 더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분간 걱정 없이 거리를 다니거나 편안한 마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게 됐고, 밤에는 신경안정제 없이 잠에 들지 못한다”며 “망망대해에 철저히 혼자 남겨진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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