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여성 행인에게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30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차 기각되자 피해자 가족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많은 분들의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해자 가족은 15일 밤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같은날 오후 9시10분쯤 서울중앙지법이 피의자 이모(32)씨에 대해 철도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이 가족은 곧이어 오후 10시49분 “더 많이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고 분노해 달라”며 개탄했다.
해당 글은 16일 오전 현재 100번 이상 리트윗 되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가족은 지난 4일 첫번째 영장 기각 때도 “한국 사회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며 답답함을 토로한 바 있다. 그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잠도 못 자고 불안에 떨며 일상이 파괴됐는데, 가해자의 수면권과 주거의 평온을 보장해주는 법이라니 대단하다”며 “동생과 추가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고도 했다.
이씨의 2번째 영장심사를 맡았던 김태균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사실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 대부분이 이미 충분히 수집된 것으로 보이고, 피의자 역시 객관적인 사실관계 자체에 대해 다투고 있지 않다. 수사의 진행경과 및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의자가 새삼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씨의 범행이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혐오 범죄라는 점, 이씨가 이전에도 수차례 다른 여성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구속영장 기각이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서울역 공항철도 1층에서 처음 보는 30대 여성을 아무런 이유 없이 폭행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얼굴 광대뼈가 골절되고 눈가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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