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니 커플 1996년 심한 부상 입어
20여년 만에 2세…아기 이름 ‘미오’
한쪽 날개를 잃어 하늘을 날지 못하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큰고니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자연 번식을 통해 새끼를 낳아 화제다. 에버랜드(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역사상 큰고니 커플이 새끼 부화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버랜드는 지난달 28일 아빠 ‘날개’와 엄마 ‘낙동’이 사이에서 아기 큰고니가 태어났다고 16일 밝혔다. 아기 큰고니는 아름다운 오리가 되라는 의미에서 ‘미오’라는 이름을 지었다. 큰고니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이들 커플의 자연 번식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1996년 경기 남양주시 팔당리 부근에서 심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돼 에버랜드에서 치료를 받아온 후 24년 만에 새끼를 낳았기 때문이다. 큰고니의 경우 야생에서의 수명이 약 25년 정도인데 사람나이로 치면 70대에 속하는 것으로 늦둥이를 낳은 늦깎이 부모가 된 것이다.
특히 아빠 ‘날개’는 당시 우측 날개에 총상을 입은 상태에서 생명은 구했지만 날개 일부를 절단, 하늘을 날지 못한다.
보통 큰고니는 이른 봄 교미 후 4~5월 사이 산란, 40일 정도 암컷이 알을 품은 후 새끼가 부화하지만 이들 커플은 심한 부상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2세를 갖지 못했다.
이에 에버랜드 수의사와 사육사들은 낙엽과 억새풀, 나뭇가지와 같은 둥지 재료를 인근 야산에서 직접 공수하는 등 2세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 성공한 것이다.
이지연 사육사는 “아기 큰고니 ‘미오’는 현재 어른 주먹만한 크기로 회갈색의 털을 가지고 있지만 5~6개월 정도 후에는 화려한 흰색 털을 뽐낼 예정”이라며 “엄마는 아기를 따뜻하게 품어주고 아빠는 불편한 몸에도 아기를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큰고니는 흔히 백조로 불리며 순백색 몸에 노란색 부리가 특징으로 야생에서 매년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멸종위기야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1-2호로 지정했다. 에버랜드는 큰고니 늦깎이 부모와 아기 ‘미오’를 지난 1일부터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NULL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