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비밀재판 분노”… 미ㆍ러 관계 대형 악재
러시아 법원이 2018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한 전직 미국 해병대원에게 징역 1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미국은 거세게 반발하며 자국민 석방을 촉구했다. 모든 사법절차가 비공개로 이뤄진데다 체포 당시에도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보복이라는 비판이 많았던 터라 이번 판결의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에 다르면 모스크바 시법원은 이날 미국인 폴 윌런(50)의 간첩 혐의를 인정해 16년형을 선고했다. 윌런은 최후 진술에서 “이번 재판은 엉터리”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 입장을 밝혔다.
미 해병 출신인 월런은 2018년 12월 이라크 파병 해병대 동료의 결혼식 참석 차 모스크바를 찾았다가 현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에 간첩 혐의로 체포돼 수감됐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그가 기밀 자료인 러시아 기관원들의 명단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건네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월런이 러시아 방문 관련 사진이 담긴 USB를 받으러 나갔다가 불법 체포됐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에게 USB를 건넨 사람은 실제 비밀 자료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며 명백한 공작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올해 3월부터 사건을 심리해온 법원은 모든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했고,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의 법정 출입도 기밀을 이유로 불허했다. 수감 환경도 열악해 월런은 지난달 탈장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런의 유죄 판결은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미ㆍ러 관계에 악재를 더할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판결 직후 “미 정부는 적절한 재판 없이 미국 시민을 처벌하겠다는 러시아 법원의 결정에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 역시 “증거 없는 비밀 재판은 인권과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이번 판결은 우크라이나, 시리아, 리비아, 군비 통제 등을 놓고 대립 중인 두 강대국 사이에 또 다른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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