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북핵 위기 이후 최대 규모
미국이 항공모함 3척을 태평양에 배치해 순찰활동을 펴고 있다고 미 CNN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 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이후 3년 만의 일로 이번엔 중국을 겨냥한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 중국은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맞대응을 공언하고 있어 역내 군사적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 해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와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는 서태평양 지역에서, 니미츠호는 동태평양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보유한 7척의 항모 중 절반 가까이가 태평양에 떠 있는 셈이다. 배수량 10만톤이 넘는 각 항모는 60대이상의 전투기를 탑재하고 여러 호위함들로 구성된 전단을 이끌고 있다. CNN은 “3년 전 북핵 위기에 따른 ‘북폭설’이 제기된 이후 태평양에 배치된 최대 규모의 미 전단”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즉각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이날 “미 항모들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중국군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해군 전문가 리제(李傑)의 주장을 인용해 “미국이 항모들을 집결시켜 역내 패권정치를 관철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인민해방군보 역시 이날 영문판에서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에 대응해) 화력 훈련을 실행할 수 있다”면서 “DF(둥펑)-21D, DF-26 대함 탄도미사일과 같은 ‘항모 킬러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콜린 고 싱가포르 국방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항모 3척을 태평양에 동시 전개한 이유를 “중국 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 해군이 무력화됐다고 폄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로 미 항모들이 기지 귀환을 위해 태평양을 비우자 랴오닝 항모전단 등이 남중국해 제해권을 장악했다고 과시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홍콩 국가보안법, 대만 문제 등 민감한 이슈를 놓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미 항모들의 전진 배치는 남중국해 긴장 수위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주에도 미 해군 C-40 수송기가 대만 상공을 비행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정부를 한껏 자극했다. 당시 중국 당국은 “불법 행위이자 심각한 도발”이라고 미국을 맹비난했다. 여기에 최근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역내 군사력 강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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