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서 흑인이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됐다. 경찰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총기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총기 사용에 대한 제도 개선 요구도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시관의 부검 결과 경찰의 총격에 숨진 20대 흑인 청년 레이샤드 브룩스는 등에 두 발을 맞아 장기 손상과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브룩스는 지난 12일 밤 애틀랜타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의 드라이브 스루에 주차해 잠들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뒤 도망가다 변을 당했다.
추가로 공개된 영상들에 따르면 경찰의 음주 측정 때까지는 충돌이 없었다. 하지만 수갑을 채우려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났고 브룩스가 경찰의 테이저건을 빼앗아 달아나면서 사달이 났다. 테이저건을 조준하는 브룩스에게 총을 발사했던 경찰은 그가 도망치자 재차 총격을 가했다. 폴 하워드 검사는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할 만한 대화나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경찰에겐 살인이나 중범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으며 17일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이후 논란이 커지자 해당 경찰은 해임됐고 애틀란타 경찰서장도 사퇴했다. 하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또다시 흑인이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숨졌다는 비판과 함께 과도한 공권력 사용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경찰의 목 조르기로 숨진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이날도 미 전역 곳곳에서 이어졌고, 특히 사건이 발생한 애틀란타 지역에선 일부 폭력ㆍ과격시위 양상도 벌어졌다. 이날 오전 백악관 앞에서는 수천 명의 흑인들이 모여 기도회를 갖기도 했다.
경찰에 의한 연이은 흑인 사망 사건으로 경찰 공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자신이나 동료의 목숨이 위험에 처했을 때 총기 사용이 허용되지만,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 받고 있어 공권력 남용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세스 스토턴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연방과 주 의원들이 여러 법률안을 내놓고 있다”면서 “지금 상태가 지속될 수는 없고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의회에선 민주당이 경찰개혁법안을 제출한 데 이어 그간 관련 논의에 소극적이던 공화당에서도 목 조르기 금지 등을 담은 법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과도한 경찰 공권력으로 인한 시위 확산이 11월 대선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백인 정체성 정치’에 의존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마냥 유리한 상황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예산 삭감이나 경찰 해체 같은 과격한 요구에 민주당이 끌려 다니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 대응에 대한 비판 못잖게 경찰 해체 반대 여론도 높다. CNN은 “현재로선 인종차별 시위 이슈가 대선에서 어떤 작용을 할 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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