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ㆍ비건 접촉도 4월에 멈춰 “전화 협의 검토중”
‘한미 밀착’ 제스처 땐 北 반응 역효과 날까 우려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 예고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급박해지고 있지만 한미 간 협의는 미뤄지는 분위기다. 최근 북한의 공세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고, 결국 북미관계 개선이 관건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한미 양국은 서두르지 않는 상황이다. 무슨 이유일까.
외교당국 관계자는 15일 “최근 한반도 지역 상황과 관련, 한미 주요 고위 당국자 간 전화 협의 여부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당장의 (통화)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한미 협의 필요성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변수가 많아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간 한반도 상황 외교 협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간 채널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두 장관 간 협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협력 방안을 논의했던 지난달 6일 통화가 마지막이다. 북핵 협상 채널인 이 본부장과 비건 부장관 간 협의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던 지난 4월 28일 마지막으로 이뤄졌다. 9ㆍ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난 4일 담화 이후 한미 간 의미 있는 수준의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과의 통화 협의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를 두고 “북한의 대남 압박 의도를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13일 담화에서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섣불리 미국과 협의하기보다는 북한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는 설명이다.
‘한미 밀착’ 제스처가 현 시점에서는 한반도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북한의 대남 메시지에는 향후 북핵 협상에서 남측을 배제시키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런 와중에 한미동맹을 부각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일 경우 북한을 오히려 더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대남 압박 총공세에 나선 시점에서 정부는 일단 위기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대북 메시지 관리 차원에서 한미 간 소통을 굳이 드러내고 할 필요성은 낮을 수 있다”면서도 “북한의 의도에 대한 한미 간 인식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외교 당국은 물론 군 당국 간 물밑 협의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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