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미래통합당 초선 의원들의 ‘야성’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수’를 위해 공동 명의 입장문을 내는가 하면, 박병석 국회의장을 거듭 찾아가 항의하는 등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통합당 초선 40여명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앞둔 15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 모였다. 이들은 “국회의 원칙과 전통을 존중해 ‘여야가 함께 일하는 국회’를 조속히 열어야 한다. 여당이 법사위라는 국회 균형과 견제 장치까지 빼앗는다면 국회는 청와대의 뜻을 알아서 받드는 통법부로 전락할 것”이라는 58명 공동 명의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주말인 14일에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간담회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당 지도부의 ‘지침’을 기다리지 않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정치 대선배’인 박 국회의장에 쓴 소리를 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이들은 15일 박 의장을 찾아가 “의회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이자 수호자로서 의장의 역할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초선인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민주주의 원칙과 상식을 지켜 달라고 호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초선들은 지난 12일에도 박 의장을 찾아 가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적으로 원 구성 협상을 중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단일대오를 이룬 초선 의원들의 모습은 “보수 정당의 전형적 초선들과 다르다”는 평을 듣는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통합당에선 초선들이 대대로 ‘미숙한 신입생’으로 취급 받곤 했다. 당론을 고분고분 따르는 게 미덕이었고, 목소리를 내면 ‘너무 튄다’는 질타를 받았다.
2000년 이후 18~20대 국회의 통합당(한나라당ㆍ새누리당 시절) 초선들은 집권 여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21대 국회의 통합당 초선들은 ‘태생이 야당’이라 전투력이 남다르다는 게 이들의 자체 진단이다. 박수영 통합당 의원은 “통합당 초선들이 ‘야당 체질’을 장착한 것”이라며 “당내 계파가 사라져 눈치 보지 않고 발언할 수 있게 된 분위기도 한 몫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 전체 의석의 과반(56.3%)을 차지하는 ‘수적 우위’도 초선들의 발언권에 힘을 싣는다. 김미애 통합당 의원은 “일하고 싶은 의욕이 넘치는 초선들이 많다 보니 함께 용기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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