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지원하는 고이케 지사와 맞대결
높은 지명도와 무당파층의 인기가 장점
야당에선 ‘反고이케 표 분산’ 우려도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레이와신센구미 대표가 15일 다음달 5일에 열리는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실질적 지원을 받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지사로서는 만만찮은 상대를 만나게 됐다.
야마모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게 목표”라며 도쿄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출마 이유에 대해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레이와신센구미 의석을 늘리더라도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들을 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마모토 대표는 제1공약으로 도쿄올림픽 취소와 코로나19 위로금 10만엔 지급을 내걸었다. 내년 7월로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임기 내 업적을 의식해 사실상 반쪽짜리로라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그와 대척점에 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체 도민에게 10만엔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것도 현재 지지부진한 재난지원금 지급 상황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의미가 있다.
배우 출신으로 한국영화 ‘역도산’ 등에 출연했던 야마모토 대표는 2013년 참의원 선거 당선으로 정치권 입문 이후 파격 행보를 이어왔다. 2015년 9월 아베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안보법안을 강행처리하려고 하자 국회에서 상복을 입고 ‘집권 자민당의 죽음’을 애도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해 참의원 선거 때는 신생정당 레이와신센구미를 창당해 무당파 유권자를 대거 흡수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중증장애인을 비례대표 1, 2번으로 배치해 국회에 입성시켰지만 정작 자신은 비례대표 3번을 택해 99만여표를 얻고도 낙선했다. 이는 역대 참의원 비례대표 선거사상 최다득표 낙선 기록이다.
야당에선 당초 높은 지명도와 무당층에 인기가 높은 야마모토를 야권 단일후보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야마모토 대표가 레이와신센구미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무소속 단일후보’를 주장했던 입헌민주당이 그의 추대를 거부했다. 이후 야마모토 대표가 ‘소비세 5% 감세’를 야당이 수용할 경우 무소속 출마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역시 불발됐다.
이에 따라 입헌민주당ㆍ사민당ㆍ공산당은 우쓰노미아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 변호사연합회 회장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국민민주당은 자율 투표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마모토 대표의 출마 선언은 고이케 지사에 대항하는 야권 표의 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 이어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도쿄도지사 선거는 야마모토 대표의 출마 선언 이전까지 사실상 고이케 지사의 재선이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방송사 앵커 출신인 그는 코로나19 사태 후 매일 기자회견을 열어 화려한 언변으로 주목받았다. 게다가 자민당과 공명당이 자당 후보를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연립여당의 지원을 받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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