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체 개발 신약으로 미국 진출에 성공한 SK바이오팜이 내달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승인 받은 신약을 2개 보유한 국내 유일의 제약사인 SK바이오팜은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까지 구축한 연구개발(R&D)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지속 성장하며 우리나라 신약개발 사업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당초 SK바이오팜은 올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의 미국 출시와 기업공개(IPO)를 시장에 약속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때 약속했던 두 가지 사항 모두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SK바이오팜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했다. 세노바메이트는 지난달 발매됐고, IPO는 내달 2일 예정돼 있다. 조 대표는 “뇌전증으로 시달리는 환자들을 위해 미국 출시를 미루지 않기로 했다”며 “시장에 안정적인 성장 모습을 보여주고 추가 신약개발 등에 소요될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 IPO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SK바이오팜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추신경계 질환에 초점을 둔 R&D 방향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FDA 승인을 받은 세노바메이트 대상 질환인 뇌전증의 경우 글로벌 치료제 시장(약 7조3,000억원대)에서 미국의 비중이 60%에 달한다. 더구나 5년 안에 경쟁하게 될 다른 신약도 없어 세노바메이트가 안착하기에 상당히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보다 먼저 수면장애 치료제 신약으로 미국과 유럽에 출시한 ‘솔리암페톨’(제품명: 수노시)을 보유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세 번째 신약으로 꼽힌 ‘카리스바메이트’는 소아 희귀 뇌전증 치료제로,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들 외에 SK바이오팜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다른 5개 신약 후보물질도 조현병과 우울증, 집중력 장애 등 신경계 질환이 치료 대상이다. 조 대표는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세계 시장 규모는 840억달러(약 102조원)이며 연평균 6% 성장하고 있는데도 FDA의 신약 승인 확률은 6~8%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SK바이오팜의 R&D 역량이 인정받았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중추신경계 R&D에 집중한 건 미국 직판을 염두에 둔 포석이기도 하다. 조 대표에 따르면 세노바메이트를 처방할 수 있는 의사는 미국 내 약 1만3000명이라, 영업인력 120여명 정도로 충분히 마케팅이 가능하다.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는 110명의 영업인력 채용을 마쳤다.
조 대표는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직접 판매와 유럽 수출로 경험을 쌓고, 이후 카리스바메이트는 전 세계에 직판하는 단계적 상업화 전략을 세웠다”며 “직판을 통해 수익을 100% 가져오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개발, 허가, 판매까지 모두 자체 역량을 갖춘 국내 제약사는 SK바이오팜이 처음이다.
SK바이오팜의 공모 주식 수는 1,957만8,310주, 주당 희망 공모가 범위는 3만6,000~4만9,000원이다. 이 기준으로 공모 예정 금액은 9,593억원이며, 2017년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1조88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2조8,200억~3조8,400억원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신약 후보물질들의 가치까지 포함해 SK바이오팜의 적정 시가총액을 5조7,000억원으로 산출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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