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한 자본 확충 작업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둘러싸고 HDC현산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 진행된 이번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아시아나항공은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발행주식 총수 확대와 전환사채(CB) 발행한도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발행주식 한도는 8억주에서 13억주로 대폭 늘었고, CB 발행한도 역시 7,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6월 임시 주총과 올해 3월 정기 주총에서 각각 CB 발행한도와 발행주식 총수를 늘려 채권단 지원 및 인수자의 신주 발행 등에 대비한 바 있다. 당시에는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면, 이날 개정안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작업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이날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임시 주총 인사말에서 “이번 개정안은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자본 확충 필요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이번 임시주총 의결에 대해 향후 자본 확충을 위해 추진할 유상증자나 CB발행의 흥행 여부를 떠나, 현재 위기에 빠진 재무구조 개선에 필요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280%로 직전 분기(1,387%)보다 4.5배 이상 늘었다. 부채는 13조2,041억원에 달한다. 자본 또한 2,103억원까지 줄어들면서 현재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최근 HDC현산과 채권단이 벌이고 있는 팽팽한 기싸움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는 미지수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9일 HDC현산이 밝힌 입장문에 따르면 이번 임시 주총을 통한 자본 확충 사전 작업 역시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의지는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HDC현산의 태도가 확실하지 않은 만큼 채권단과 인수자 간에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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