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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과 성형수술(6.17)

입력
2020.06.1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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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뉴질랜드 출신 영국 군의관 해럴드 질리스가 1882년 오늘 태어났다. gilliesarchives.org.uk
'성형수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뉴질랜드 출신 영국 군의관 해럴드 질리스가 1882년 오늘 태어났다. gilliesarchives.org.uk

조각가 프랜시스 우드와 안나 래드가 1차대전 전시에 안면보철을 시도하면서 ‘애너플라스톨로지(Anaplastology)’라는 분야를 개척한 과정을 소개한 바 있지만, 성형수술의 시작은 사실상 그 무렵부터였다.

1차대전에 쓰인 대량 살상무기들-기관총, 화염방사기, 화학무기-은 부상의 양상도 바꿔놓았다. 1차대전의 전형적 전투 방식인 참호전, 즉 참호 속에서 적과 대치하며 얼굴만 내밀고 전투를 치른 탓에 얼굴 부상을 입는 병사들이 특히 많았고, 부상의 정도도 심했다. 전장의 위생병들은 상처가 아문 뒤를 걱정할 겨를도, 기술도 없었다. 봉합한 상처가 아물면서 입이 닫히지 않게 된 이들도 있었고, 눈을 감지 못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전후 일상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우드와 래드가 사후(事後) 상황에 주로 개입했다면, 뉴질랜드 출신 영국 군의관 해럴드 질리스(Harold Gillies, 1882.6.17~ 1960.9.10)는 부상 직후부터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의료 시술을 최초로 시도했다. 그는 1916년 군의당국을 설득해 런던 왕립 퀸스병원에 얼굴 부상자 전용 병동을 마련했고, 알려진 바 사상 최초로 피부이식 수술을 전개했다. 허벅지나 등, 엉덩이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의 피부를 떼어내 살점이 떨어진 얼굴 부위에 덧대던 그의 초기 수술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정교해졌고, 혈관봉합 등으로 후유증을 줄여 나갔다.

1917년 6월 그의 병상은 1,000개에 달했고, 동료들과 함께 전쟁 전후까지 5,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만1,000여건의 얼굴 성형수술을 시도했다. 환자가 넘쳐났다는 비극이 성형수술의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그는 전후 개업의로 활약했고, 2차대전 개전 후에는 영국 보건부 자문관으로 부상자 성형수술팀 운영에 개입하며 수많은 의료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사상 최초로 알려진 1946년 영국 외과의사 마이클 딜런(Michael Dillon)의 성전환수술(여성에서 남성으로)과 1951년 로버타 콘웰(Roberta Cowell)의 성전환수술(남성에서 여성으로)을 집도한 것도 그였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세계인은 2017년 한 해 1,061만건의 성형수술과 1,266만건의 시술을 받았고, 가슴성형과 지방흡입술이 각각 186만건과 173만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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