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나서면서 홍콩 부자들이 자산을 외국으로 옮기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홍콩의 고액 자산가들은 지난달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홍콩 보안법 제정이 결정된 이후 비상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 고액 자산가들은 홍콩 내 보유 자산 규모를 줄이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자산을 처분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홍콩 경제가 전례 없는 경기 침체에 빠진 데다 홍콩 보안법까지 겹치면서 홍콩 경제의 불확실성이 유례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사업가는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싱가포르로 이전했고 보유한 홍콩 부동산도 꾸준히 매각해 왔다. 아직 이민 계획은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하도록 가족 모두 미국ㆍ캐나다ㆍ호주ㆍ프랑스 여권을 마련해 뒀다.
홍콩 투자은행에 근무하는 또 다른 남성은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호주 이민을 계획 중이다. 부모가 창업한 컨설팅 회사를 물려받은 30대 남성도 돈을 해외로 옮기기 시작했다. 대학까지 10년을 보낸 영국에서 부동산 매입도 검토 중이다. 마거릿 차우 골드맥스 이민 컨설팅 책임자는 “홍콩 보안법 제정 소식이 전해진 후 이민 문의가 5배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아직까지 광범위한 자본 유출에 대한 증거는 없다”며 홍콩 경제 전망은 어둡지 않다고 밝혔다. 4월 기준 홍콩 은행의 예금은 여전히 증가세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홍콩 기업인과 고소득 전문직들이 점점 더 비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의 정치ㆍ경제 상황이 1997년 홍콩 주권반환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홍콩 상류층이 아직 엑소더스(대탈출)까지는 아니지만 최악을 가정하고 위험 분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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