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통합당 발목잡기 계속” 주호영 “법사위 뺏길지언정 양보 못 해”
사흘의 말미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원구성 협상은 공전을 거듭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타협을 요구하며 벌어준 3일간의 유예 시간에도 여야는 협상보다는 여론전에만 주로 몰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확보’라는 양측의 최후 조건 사수 의지가 분명해 각 당의 내부 기류에 변화가 없는 한 상호 대화로는 얻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15일 본회의도 통합당의 부재 속에 일부 상임위원장이 단독 선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14일 민주당은 ‘국회의 책무’에 방점을 찍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 극복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국회가 아직 제대로 일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책무를 다하기 위해 대폭 양보한 합의안을 만들었지만 미래통합당의 발목잡기가 계속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 구성 협상 지연의 책임을 통합당에 돌린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을 더 기다리게 할 순 없는 만큼 원 구성을 위한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하루 빨리 경제적 충격, 일자리 상실 등을 극복하기 위해 국회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도 ‘법사위 없이 타협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법사위를 뺏길지언정 양보하는 합의를 하기 어렵다”며 “15일 선출 강행이 이뤄지면 국회는 파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앞서 ‘짓밟고 가시라’는 것 외에 더 정리할 입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뾰족한 방어 수단이 없는 만큼 여당의 결행에 정치적 책임을 묻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다.
다만 통합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제시한 법사위를 제외한 예산결산위와 국토교통위 등 7개 상임위원장을 받아 실리를 챙기자는 주장도 나왔다. 3선의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가장 영리하고 실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며 “법사위를 뺏기더라도 국토, 정무, 농림해양수산, 산자중소벤처, 노동, 예산, 교육 분야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면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법사위를 내줄 수 없다는 강경론이라 대세라 당 기류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범여권과 통합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경쟁적으로 원내지도부에 힘을 싣는 여론전을 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소속 초선의원 50여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당이 국민을 상대로 태업국회를 만들고 있다”며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민생 입법을 위해 원 구성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통합당 초선 의원들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회동에 참석한 조수진 의원은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제1야당에 법사위원장을 내놓으라며 ‘통 큰’ 양보를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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