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감사위원이 형식적 조사만 해 부실대출로 이어졌다면, 감사위원들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제일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제일저축은행 전 감사 AㆍB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제일저축은행은 잦은 부실 대출로 2011년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 금융기관 판정을 받았고 이듬해 파산이 선고됐다. 예금보험공사는 A씨 등이 제일저축은행 감사로 재직할 때 이사들이 내준 부실 대출에 형식적으로 서명만 하는 등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소송을 냈다. 제일저축은행 감사위원회 직무규정은 1억원 이상 대출에 대해서는 상근감사위원이 그 내용을 사전 또는 사후적으로 검토하고 필요 시 의견을 첨부하도록 정하고 있다.
1심은 A씨 등에 대해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던 시기 위법한 대출이 이뤄졌고, 이들이 감사위원으로서 법령에 정해진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2~4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각 대출이 위법·부당하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대출 서류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로 검토했다면 각 대출이 충분한 채권 보전 조치 없이 이뤄지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위원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는 대출이 위법ㆍ부당한 것인지에 관해 추가로 조사하거나 감사위원회를 통해 이사회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해 시정 등을 요구할 의무가 있었다”며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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